"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어요."
'대한민국 펜싱의 미래' 스무 살 전하영(20·대전광역시청)이 대한민국 여자 사브르 사상 최초로 세계청소년선수권 정상에 우뚝 섰다.
2001년생 전하영은 4일(한국시각) 이집트 카이로에서 펼쳐진 2021년 세계청소년선수권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터키 에이스' 니사누르 에브릴을 15대14, 한끗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8강전에서 아너 존슨(미국)을 15대11로, 준결승전에서 발레리아 프로셴코(우크라이나)를 15대13으로 줄줄이 물리친 전하영은 결승에서 대접전 끝에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일 대한펜싱협회에 따르면 여자 사브르 종목 청소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하영은 13세 되던 2014년 대전 용전중에서 헌칠한 키, 빠른 발, 선천적인 감각을 한눈에 알아본 펜싱부 오광훈 감독의 눈에 띄며 펜싱에 입문했다. 대전 송촌고 1학년 때인 2017년 제98회 전국체전 고등부에서 이미 2~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전하영은 고3 때인 2019년 일찌감치 태극마크를 달았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을 비롯 윤지수, 최수연, 서지연 등 걸출한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대한펜싱협회의 전폭적 지원 아래 오를레앙월드컵, 솔트레이크시티월드컵, 몬트리올그랑프리, 아테네월드컵 등 국제 오픈 대회에 출전하며 경기 운영 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 대통령배, 회장배 전국대회 개인전에서 잇달아 결승에 오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고향 대전에 창단된 여자 사브르 실업팀은 천군만마였다. 2019년 7월 도선기 대전대 감독 등 지역 펜싱인들이 힘을 합쳐 대전시청 여자실업팀 창단의 숙원을 이뤘다. 이전까지 대전 지역 펜싱 실업팀은 대전도시공사 남자 플뢰레팀이 유일했다. 2019년 1월, 대전대 출신 세계랭킹 1위 오상욱을 성남시청으로 떠나보낸 후 대전 내 사브르 실업팀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대전에 특화된 종목을 집중 육성하자는 허태정 대전시장의 의지와 팬싱인들의 간절한 숙원이 맞아떨어졌다. 전하영, 전은혜, 이 슬, 윤소연으로 이뤄진 대전광역시청 사브르팀은 지난해 전국대회 결승에 잇달아 오르며 가능성을 입증했고, 전하영이 올해 첫 국제대회인 청소년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며 희망의 증거가 됐다.
이번 대회 총감독으로 나선 도선기 대전대 감독은 전하영을 "대한민국 여자 사브르의 미래"라고 소개했다. "탁월한 거리 감각, 펜싱 센스를 타고난 선수다. 1m75의 신장에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재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꾸준하고 성실한 태도를 지닌 선수인 만큼 향후 시니어 무대, 올림픽 무대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자 사브르에서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도쿄올림픽 이후 향후 10년 펜싱코리아를 이끌어갈 될성 부른 재목이다.
전하영은 "청소년 대회는 이번이 마지막 출전이라 부담도 됐고 기대도 많이 됐다. 소속팀에서 열심히 준비한 만큼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남은 단체전도 우승하고 갈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단단한 각오도 함께였다. 주니어 세계 정상에 오르며 시니어 무대에서의 목표 역시 더욱 또렷해졌다.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