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다른 병원에서 어깨 수술을 하라는데 꼭 해야 할까요?"
어깨가 아파 내원한 50대 환자분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묻는다. 낮에 가만있을 때는 괜찮은데 팔을 쓰면 아프고, 밤에는 통증이 더 심해져 자다가도 한두 번씩 깬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진료를 받은 병원에서는 힘줄이 끊어진 것 같다며 수술을 권했다고 한다.
실제로 팔을 들어 근력검사와 관절범위 검사를 해보니 어깨의 근력저하가 심한 편이었다. 반대 측 팔로 아픈 팔을 받쳐 들어 올려주지 않으면 스스로 팔을 들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언제부터 팔이 아프고 힘이 떨어졌나요?"
"작년 봄에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MRI를 찍어보더니 힘줄이 끊어져서 수술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어깨 수술하면 더 안 좋아지고 더 아프다며 수술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환자가 갖고 온 1년 전 MRI를 확인해보니 어깨 힘줄이 파열돼 있었다. 하지만 팔이 올라가지 않을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해둔 1년 동안 파열이 더 심해진 것 같아 MRI 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했다. 환자는 검사 비용이 너무 부담스럽다며 주저했다. 1년 전에 했는데 또 해야 될 필요가 있냐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도 두어선 안되겠기에 찬찬히 설명 드린 후 파열이 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찍어보니 이미 힘줄이 다 끊어져 심하게 말려들어가 봉합이 어려운 상태였다. 결국 이 환자는 어깨힘줄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주는 '상관절낭 재건술'수술을 받고서야 회복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환자가 있다. 직업상 어깨를 많이 쓰는 40대 환자가 MRI 검사 결과를 담은 CD를 들고 내원했다. 어깨가 아파 집 근처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MRI를 찍어보자고 해서 찍었는데, 어깨 힘줄이 끊어져 있으니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진찰을 해보니 팔을 들면 어깨에 통증이 생기고 관절가동범위가 많이 좁아져 있었다. 하지만 추가 테스트를 해보니 어깨를 움직이는데 큰 지장이 없었으며 근력 또한 정상이었다. MRI 영상을 열어보니 약간의 부분 파열과 힘줄 내부의 퇴행성 변화가 보였다. 이 정도면 당장 수술을 서두를 단계는 아니었다. 주사나 체외 충격파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충분히 해 본 후 상태가 악화될 경우 수술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섰다. 환자는 당장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어리둥절해했다.
이처럼 어깨 힘줄이 파열되었다고 모두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환자처럼 어깨 힘줄이 완전히 파열되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빨리 어깨힘줄을 꿰매주지 않고 방치하면 어깨 힘줄이 안으로 말려들어가 봉합수술을 해도 결과가 나쁘거나 아예 힘줄을 새로 만들어주는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 두 번째 환자의 경우처럼 어깨힘줄이 파열되긴 했지만 부분적으로만 파열이 있고,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으면 비수술적 치료로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체외 충격파, 주사 치료, 어깨 관절 고정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약 6개월 정도 해본 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파열이 더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에 한해 수술하는 것이 좋다.
비수술적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면 당연히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수술이 필요할 때는 늦추지 말고 빨리 하는 게 답이다. 첫 번째 환자처럼 '수술을 하면 무조건 안 좋다'는 편견으로 비수술적 치료만 고집하다 보면 간단히 내시경으로 힘줄을 꿰매주면 될 것을 시기를 놓쳐 힘줄을 새로 만들어주거나 인공관절로 대체해주는 큰 수술을 해야 될 수도 있다. 수술이 커질수록 그만큼 환자에겐 부담이 된다. 임상경험이 많은 의사와 충분히 상의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목동힘찬병원 어깨클리닉 최경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