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박정민(34)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으로 더욱 의미 있는 한 해를 시작하게 됐다.
2011년 개봉한 영화 '파수꾼'(윤성현 감독)에서 '베키' 백희준 역으로 데뷔한 박정민은 이후 '댄싱퀸'(12, 이석훈 감독)의 뽀글이, '전설의 주먹'(13, 강우석 감독)의 어린 임덕규(황정민)를 통해 눈도장을 찍고 충무로의 루키로 조금씩 인지도를 쌓았다.
'파수꾼'의 베키부터 '황정민 아역'까지 개성 강한 외모와 강렬한 연기력으로 떡잎부터 남다른 신예로 심상치 않은 행보를 이어간 그는 이후에도 '감기'(13, 김성수 감독) '피끓는 청춘'(14, 이연우 감독) '들개'(14, 김정훈 감독) '신촌좀비만화'(14, 류승완·한지승·김태용 감독) '오피스'(15, 홍원찬 감독) '동주'(16, 이준익 감독) '더 킹'(17, 한재림 감독) '그것만이 내 세상'(18, 최성현 감독) '염력'(18, 연상호 감독) '변산'(18, 이준익 감독) '사바하'(19, 장재현 감독) '타짜: 원 아이드 잭'(19, 권오광 감독) '시동'(19, 최정열 감독) '사냥의 시간'(20, 윤성현 감독) 등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데뷔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던 박정민. 이런 그가 어느덧 '충무로 블루칩'을 벗고 데뷔 10년 차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더구나 10주년을 맞은 박정민의 제41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더욱 의미 있는 한 해로 쾌조의 출발을 예고했다.
정확히 '파수꾼' 개봉 10주년이었던 지난 3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박정민은 "'파수꾼'이 개봉하고, 또 내가 데뷔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이다. 데뷔 초에는 이렇게 청룡영화상 조연상 수상 인터뷰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다"며 추억을 곱씹었다.
그는 "'파수꾼'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 10년 전 '파수꾼'으로 이제훈 형과 윤성현 감독이 각각 신인남우상과 신인감독상 후보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초청을 받았다. 그때 나는 집에서 후줄근한 러닝셔츠만 입고 닭발을 뜯으면서 청룡영화상을 본 기억이 난다. 당시 제훈이 형과 윤 감독 모두 신인상을 받았는데 그 모습을 TV로 보면서 '멋있다'며 감동했던 모습이 선하다. 그런데 이제 내가 직접 청룡영화상 현장에 초대받게 됐고 또 어쩌다가 상도 받게 됐다"고 웃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청룡영화상에 대한 이미지가 뚜렷하게 남아있다.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청룡영화상 레드카펫 현장과 백스테이지 비하인드를 공개했는데 거기에 나온 스타들이 정말 멋있었다. 고(故) 장진영 선배와 공형진 선배가 나온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굉장히 멋진 세상을 보는 기분이었고 내겐 동경의 대상이었다. 어쩌면 내게 연기를 시작하게 된 시작일 수도 있다. 그 자리에 서고 싶어 연기를 도전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며 "어렸을 때 꿈꿨던 선배들 사이에 나 역시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신기하다. 물론 아직 이런 자리가 낯설고 충분히 즐길 대범함이 생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꿈꾼 모습과 달리 막상 청룡영화상 안에서의 내 모습은 불편하고 엉거주춤해 썩 멋있어 보이지 않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녹록하지 않았던 신인 시절을 견디고 모두가 인정하는 '믿보배'로 등극한 10년 차, 청룡영화상 조연상 수상까지 이제는 가족의 자랑이 된 그는 "수상 이후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셨다. 사실 부모님이 나와 같이 후보에 오른 선배들을 보고 수상을 포기하셨더라. 그런데 예상과 달리 내가 수상해서 많이 기뻐하시더라. 요즘 말로 난리 났다. 어머니가 내게 '말 안 들어 미워 죽겠는데 이렇게 가끔 효도해서 좋다'고 하더라. 청룡영화상 덕분에 간헐적 효도를 하는 중이다"고 농을 던졌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