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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②박정민 "'다만악' 트랜스젠더役, 어쭙잖게 흉내내고 싶지 않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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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박정민은 이번에도 '박정민' 했다. 매 작품 변주를 시도한 박정민은 하드보일드 추격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에서 트랜스젠더로 파격 변신, 괴물 같은 연기력을 다시 한번 입증받았다.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남자와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지난해 여름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435만명을 동원, 그해 흥행 톱 2위를 기록하며 위기 속에서 빛난 작품으로 의미를 더했다.

특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한국형 하드보일드 추격 액션이 선사하는 쾌감도 한몫했지만 주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 박정민의 열연이 흥행 치트키로 작용해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극 중 태국에서 마지막 미션에 나선 인남(황정민)을 돕는 조력자 유이 역을 맡은 박정민은 개봉 전까지 베일에 싸인 히든카드로 숨겨져 궁금증을 자아냈고 개봉 후 파격적인 변신으로 극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리며 흥행을 주도했다.

성 정체성을 찾기 위해 태국으로 넘어간 트랜스젠터를 표현한 박정민은 등장부터 엔딩까지 그야말로 신을 통째로 집어삼킨 '신스틸러'였고 그 결과 제41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값진 결과를 얻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반전 캐릭터로 등장해야 했던 이유로 개봉 당시 홍보 전면에 나설 수 없었던 박정민은 "많이 노력한 캐릭터를 대중에게 많이 알리지 못했다. 워낙 민감한 캐릭터라 최대한 조심스럽게 노력했고 괜히 지나가는 말이라도 잘못 말하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여러 관계자와 논의 끝에 홍보를 안 하기로 동의했다. 관객을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쉽다기보다는 이번 작품만큼은 영화로 보여드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 컸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이 캐릭터에 대해 "성 소수자 역할은 그동안 독립영화에서 많이 다뤄진 캐릭터이기도 했다. 나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이 이러한 캐릭터를 마주했을 때 쉽게 접근할 수 없고 가볍게 연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어쭙잖게 흉내 내는 것에 그치고 싶지 않아 최대한 진실되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진짜처럼 보이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유이와 같은 세계에 있는 분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이를 통해 그들의 세상을 관찰하려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내 행동조차도 죄송스럽더라. 영화 한 편 찍겠다고 누군가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행위 자체가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무례해 보였다. 이후로는 다큐멘터리에 의존해 캐릭터를 연구하려 했고 역시나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알기엔 어렵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정민은 "일단은 트랜스젠더 범주가 다양했다. 다시 한번 이 세상은 여러 가지 사람과 삶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내가 과장해 여자처럼 보이는 게 그들에게 또 다른 상처와 불편함을 안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 적정선을 찾으려 노력했다"며 "캐릭터의 특수성보다는 박정민의 모습을 좀 더 담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여성성을 살리지만 과장되지 않게, 또 이 인물이 가진 내면의 사연을 적절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우려와 달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박정민은 사랑스럽지만 진중하게, 또한 유머러스하지만 묵직하게 유이를 그려내 공감을 자아냈다. 그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내가 만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유이를 좋아하는 분도, 또 동의하지 못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어떤 평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내가 역할을 대할 때 방심하지 않았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개인적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내 연기가 아직 부끄럽다. 일단 주변에서 '각선미가 괜찮다'라는 칭찬 반, 농담 반을 해주시는데 여전히 부끄럽다. 덤덤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웃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