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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늦었다고 생각한 적 없어"…유태오, 청룡 신인남우상이 가져온 책임감 (인터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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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청룡영화상은 한마디로 영화인들이 주는 연기 배지잖아요. 확실히 전보다 책임감이 더 생겼고 자신감도 늘었어요." 올해의 발견으로 떠오른 늦깎이 신예 배우 유태오(40)가 말하는 청룡영화상은 책임감과 자신감이었다.

유태오는 고공 감성 영화 '버티고'(전계수 감독, 영화사도로시·로렐필름 제작)를 통해 제41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그는 극 중 출중한 능력과 외모를 가진 것은 물론 연인 서영(천우희)에게 한없이 다정한 면모까지 갖춘 완벽한 남자지만 겉모습과 달리 내면에는 양성애자임을 숨겨야만 하고 결핍과 상처를 가진 남자 진수로 변신, 높은 싱크로율과 진정성 있는 연기로 관객과 청룡영화상을 사로잡았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여배우들'(이재용 감독)을 통해 데뷔, 오랜 무명의 시간을 겪고 뒤늦게 빛을 본 늦깎이 중고 신인 유태오는 데뷔 12년 만에 신인남우상을 꿰차며 2021년의 포문을 열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 고진감래 형 배우로 연기 인생 전성기를 맞게 된 것.

유태오는 "지금까지 내가 노력한 모든 시간이, 그저 낭비하며 살아온 건 아니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늘 나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한국에서 활동하기엔 한국어가 자연스럽지 않고 국적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도 있다. 외모도 특출나지 않고 여러모로 단점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유독 나에 대해 가혹했고 심하게 자기비판을 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받고 난 뒤 그동안 했던 나의 반성이 좋은 결과로 작용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물론 이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동안 불안했던 내 방향이 지지받고 응원받는다고 생각하니 든든해졌다. 연기 인증의 배지를 받은 셈인데 그만큼 책임감도 더 생기고 실제로 수상 이후 현장에 갔을 때 스태프의 반응도 좀 더 달라진 기분이다"고 웃었다.

독일에서 태어난 유태오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 공부를 했고, 이후 한국에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러시아어로 연기한 '레토'가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아 해외에서 먼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수상 이후 스태프와 소통이 좀 더 수월해졌다는 유태오. 다양한 작품과 협업이 늘어 바빠진 스케줄 역시 청룡영화상의 후광 덕분이라는 인사도 덧붙였다. 고마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유태오는 "뛰어난 후보들이 많아 올해 청룡영화상은 즐기는 것에 만족하며 돌아오려 했다. 그런데 신인남우상 수상자로 내 이름이 불려 진짜 당황했다. 전혀 준비도 못 했고 정신없이 그 순간의 소감을 이야기하다 내려온 것 같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사실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은 유태오에 대해 "정형적인 연기 톤이 아니었다. 평범한 캐릭터를 색다르게 표현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배우 중 하나다. 신인은 괴물 같은 연기력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태오는 신인만의 매력과 특유의 섹시함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받을 때 무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의 신인으로 선택했다.

유태오는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심미안과 작품에 임하는 태도,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점이 너무 감사하다. '버티고'를 선택했을 때도 그랬다. 나는 늘 새로운 작품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호한다. 해외 작품에서 성 소수자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었지만 국내 작품에서 양성애자 캐릭터를 도전한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 어려웠던 캐릭터였고 관객이 자칫 보기엔 단편적으로 나쁜 캐릭터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이 됐던 지점도 있었다. 우려를 했던 부분이 내 고민과 맞아떨어져 보완이 됐고 그런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고백했다.

이제 시작이라는 유태오는 "내가 늦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할리우드 명배우 중 리차드 젠킨스가 내겐 좋은 예다. 47년생인 그는 38세에 데뷔해 수 백 편의 작품을 거쳐 60세가 되던 2007년 주연작 '비지터'(톰 맥카시 감독)로 주목받았다. 그 배우를 보면 연기의 전성기는 때가 없는 것 같다. 굳이 전성기라고 나눈다면 나는 40대인 지금부터 60대, 혹은 그 이후가 되지 않을까? 앞으로 90세까지 연기할 수 있다면 나의 연기는 지금부터 시작일 것 같다"고 웃었다.

청룡영화상 수상 이후 가장 인상적인 축하에 대해 유태오는 "쑥스러워서 표현은 잘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내 옆에서 지금까지 힘들었던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묵묵히 지지해준 아내 니키 리의 마음이다. 서로 마음을 많이 비우고 간 청룡영화상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수상을 받으면서 얼떨떨했다. 그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니키 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 니키 리 얼굴을 보자마자 부둥켜 안고 펑펑 울었다. 그 어떤 축하보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