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1 스프링캠프 개막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와 이대호(39)의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물밑 접촉을 하고 있지만, 양측 모두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동안 나란히 침묵을 지켜왔지만, 이제는 서로가 생각했던 조건이라는 '패'를 꺼내 들고 접점을 찾아야 하는 시기다.
롯데는 협상 초기부터 '노코멘트' 전략을 유지 중이다. 굳이 먼저 패를 꺼내 들어 상대에게 틈을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것. 하지만 주변 정황과 움직임을 보면 협상의 시선은 '효율'에 맞춰진 모양새다. 그동안 강조해온 팀 리모델링은 지난 시즌 1군 주축 역할을 한 선수들과 퓨처스(2군)에서 육성한 자원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지난해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01에 불과했던 이대호의 역할 조정도 고민하는 눈치다.
최근 구단 안팎의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그룹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몸집 줄이기를 시도했다. 새해 들어 다시 투자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익에 큰 타격을 입었던 롯데 구단은 여전히 자금 동원력은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호에게 다년 계약과 거액을 덜컥 안기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시즌 말미부터 야구계에선 이대호가 다년 계약 및 상당 금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KIA와 3년 47억원 FA계약을 한 최형우(38)와 크게 다르지 않은 규모로 알려졌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앞서 "이대호 측은 그동안 팀 공헌도 및 상징성에 걸맞은 예우를 바라고 있다"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2000년대 롯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대호이기에 요구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2017년 롯데로 복귀할 때 4년 총액 150억원으로 KBO리그 최고 기록을 세웠던 이대호가 다시 '예우'를 바라는 게 적절하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롯데나 이대호 모두 짐짓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양측 모두 최대한 '좋은 모양새'를 원하고 있다. 롯데는 고 최동원 감독을 비롯해 강민호, 조쉬 린드블럼 등 프렌차이즈 스타나 수년간 팀을 위해 공헌한 선수들과 끝맺음이 좋지 못한 구단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리빙 레전드'인 이대호를 통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사실상 현역 마지막 FA계약을 하는 이대호 역시 롯데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그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불어 이번 FA계약이 지난 연말 홍역을 치른 선수협 판공비 사태와 같은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길 원할 리 만무하다. 이런 가운데 스프링캠프 개막 전에 협상이 결론에 이르지 못한다면 필연적으로 외부에서 여러 말들이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때문에 양측이 남은 기한 내에 어떻게든 결론을 만들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시기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침묵에도 끝은 오기 마련이다. 감췄던 패를 만지작 거리는 롯데와 이대호의 눈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