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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결단'…혁신 로봇업체 인수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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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로봇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며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총 11억 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규모는 8억8000만달러(한화 약 9588억원)로,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 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는데 20억달러를 투자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인수에는 현대차(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 정 회장(20%)이 공동 참여한다.

조인트 벤처(JV) 방식이 아닌 경영권 인수 사례로는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와 비교된다. 현대차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기아차를 1조2000억원에 인수, 2000년 자동차 전문 그룹인 현대차그룹이 출범했다.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 5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정 회장 체제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이 미래 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로봇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온 결과다.

정 회장도 작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을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 사업 진출 본격화는 정 회장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인류의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의 가치 실현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로봇은 물류 등 상업적 사용뿐만 아니라 공공영역에서의 치안, 보건 등 공공 서비스에도 이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궁극적으로 진입하려는 로봇 영역도 환자 간호와 집안일 대행 등 개인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이다.

정 회장은 평소 모든 사람이 한 차원 높은 경험과 기대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신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세대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10월 취임 메시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와 이동의 제한으로 일상생활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하고, 그 결실을 전 세계 모든 고객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 및 모빌리티 재편에 있어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와 제휴, 적극적인 인재 영입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개인용 비행체(PAV)를 기반으로 한 UAM과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허브(모빌리티 환승거점)를 중심으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했다.

올해 3월에는 모셔널을 설립, 완전자율주행 기술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모셔널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 4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에는 로보택시와 모빌리티 사업자에게 자율주행 시스템과 지원 기술을 공급할 계획이다.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셔널은 피츠버그, 라스베이거스, 산타모니카,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최근 서울에도 지점을 개소, 자율주행기술 테스트를 지속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레이더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이스라엘의 라이다(LiDAR)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차량호출) 업체 그랩, 미국과 호주의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미고, 카넥스트도어 등 다양한 업체와 전략투자·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래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의 가능성에 주목해 차량 넥쏘는 물론 다양한 산업에서의 활용을 통한 수소 생태계 확장도 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방탄소년단과 함께 청정에너지 수소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알리는 '글로벌 수소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전 세계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모빌리티 서비스 등에서 혁신을 이어 나갈 것"이라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고객들에게 최상의 감동의 전하는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해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형 로봇 개발 전문 업체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보행 로봇 스팟, 아틀라스를 비롯해 물류 로봇 픽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개발하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 2족 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를 선보이고, 지난해 공중제비 같은 고난도 동작까지 소화하는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