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그들은 '리얼'이다. KCC 이정현(33)과 삼성 이관희(32). 남자프로농구의 '진짜 라이벌'이라고 말한다.
이정현은 리그 최고의 슈터다. 2대2 공격에 능하다. 대표팀 주전이다. 게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관희는 삼성 최고의 슈팅 가드다. 단, 장, 단점이 뚜렷하다. 좋은 운동능력과 슈팅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기복이 심하다. 때문에 거칠게 도전하는 이관희는 '도전자',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이정현은 '챔피언'의 느낌이 강하다.
즉, 이정현이 좀 더 '레벨'이 높다. 그동안 경기력만 놓고 보면 그렇다. 정확히, 그들은 '라이벌'보다는 '앙숙'에 가깝다. 두 선수는 만날 때마다 '으르렁'거린다. 특히, 이관희는 강한 집중력으로 이정현을 압박한다. 때문에 '진짜 라이벌'이라는 말도 틀리지 않다.
그들의 관계는 최악이다. 2017년 4월 23일. 챔프전 2차전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다. 1쿼터 4분48초, 수비하던 이관희가 거친 이정현의 대응에 쓰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나며 이정현을 밀쳐 넘어뜨렸다. 이정현은 U파울, 이관희는 퇴장.
이때부터 이들의 '앙숙' 관계는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미 이전부터 두 선수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충돌 이전인 이관희의 상무 시절, 이정현과 연습경기에서도 충돌이 있었다. 이들 관계의 시발점이었다.
두 선수 모두 사이가 험악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여러가지 루머가 돈다. "연세대 시절부터 관계가 그랬다", "상무 시절 틀어졌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지난 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CC와 삼성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 또 충돌했다.
3쿼터 종료 6분55초를 남기고 이정현의 돌파시도, 스크린에 걸린 이관희가 팔을 뻗으면서 서로 엉켰다. 이관희의 파울. 이정현도 팔을 그대로 강하게 뿌리친 뒤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경기내내 이관희는 강력한 수비로 이정현을 막았고, 숨 쉴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경기력은 훌륭했다. 이관희는 23득점, 6리바운드. 승부처에서 라건아를 앞에 두고 결정적 3점포까지 터뜨리면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정현 역시 23득점, 9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이들의 관계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 연세대 1년 선, 후배 사이지만, 이들에게 '학연'은 사치다. 이정현이 1년 선배다.
이정현은 "솔직히 왜 이렇게 된 지 모르겠다. 나는 의식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일부러 상대(이관희)가 자극을 주면 나만 손해라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이관희도 '함구'하고 있다. 그는 이정현과의 관계를 자신의 개인 방송 채널을 통해 밝히려고 했다. 하지만, 현역 프로선수라는 점, 주위의 조언에 따라 함구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자프로농구는 스토리가 부족하다. 라이벌에 대한 스토리도 너무 없다.
그런 면에서 두 선수의 대결 구도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냉정하게 보면 남자프로농구의 유일한 '찐' 신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다면 프로농구 흥미의 촉매제다. 실제, 5일 경기에서도 두 선수의 맞대결은 상당히 긴장감을 줬다.
'진짜 대결'이 주는 숨막히는 긴장감이었다. 두 선수의 화해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남자프로농구에서 이런 '갈등'은,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는다면 오히려 상당히 '매력적'이다.
브레이크없는 이정현과 이관희의 연속 충돌. 흥미진진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