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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이슈]'명예vs돈vs의리' 갈림길 선 로하스, 이젠 결정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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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길은 정해졌고, 이제는 선택만이 남았다.

2020 KBO리그 MVP 멜 로하스 주니어(30·KT 위즈)의 거취는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타격 4관왕에 오르면서 가치를 뽐낸 그를 향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일본 프로야구(NPB) 팀들의 러브콜이 일찌감치 들려왔다. 소속팀 KT는 로하스의 마음을 붙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칼자루를 쥔 로하스는 꾸준히 침묵을 지켜왔다.

'빅리거의 꿈'이 로하스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몬트리올 엑스포스 셋업맨 출신인 아버지 멜 로하스 시니어를 비롯해 5촌 지간인 모이세스 알루 등 빅리거를 여럿 배출한 야구 명문가 출신인 로하스지만, 정작 자신은 빅리그 경력이 없다. KBO리그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지만, 가슴 속에는 메이저리그에 서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MLB 도전은 팀-연봉이 아닌 오로지 '빅리거'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MLB 구단들과의 협상에서도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줄곧 원하다 결국 KT와 재계약한 바 있다. 올해도 MLB 팀들로부터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받지 못한다면 미국행이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미국행이 좌절될 경우, 차선책은 KBO와 NPB가 된다. 한신 타이거즈를 포함한 3팀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NPB의 매력포인트는 돈이다. 이들은 로하스가 올 시즌 KT에서 받았던 연봉(총액 150만달러·약 16억원)을 가뿐히 뛰어넘는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로하스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팀으로 알려진 한신은 2017시즌을 마친 뒤 한화 소속이던 윌린 로사리오와 2년 총액 8억엔(약 83억원), 첫 해 연봉으로만 3억4000만엔(약 35억원)을 안긴 바 있다. KBO리그에서 4시즌을 뛰면서 로사리오에 비해 긴 검증 기간을 거쳤고, 훨씬 좋은 성적을 냈던 로하스에겐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내밀 가능성도 있다.

이럼에도 로하스의 KT 잔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배경은 그가 보내준 헌신과 의리 때문이다. 2017년 시즌 도중 대체 선수로 합류한 로하스는 빠르게 팀 분위기에 적응하고 라커룸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왔다. 특히 배정대 등 동료 선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 성장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엔 체중 증가, 수비 집중력 문제를 지적받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철저히 몸을 만들며 책임감도 증명했다. KT를 거론할 때도 외국인 선수들에게 으레 거론되는 '립서비스' 이상의 진심을 담기도 했다. 이런 로하스의 자세를 알고 있는 KT도 '최대의 조건'을 로하스에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하스가 마냥 선택을 미룰 수는 없다. 로하스와의 재계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KT지만, 시간이 지체되면 기존 선수 재계약 및 FA시장 등 나머지 파트에도 영향을 받는 만큼 'B플랜' 가동도 대비하고 있다. 로하스 외에도 여러 대안이 있는 NPB 팀들도 결정이 늦어진다면 눈을 돌릴 수 있다. 키를 쥐고 있는 미국 현지에선 '관심' 정도 수준에서 로하스의 이름이 거론되나, 명확한 진전 소식은 없다.

지난해 KT와 로하스의 재계약 소식은 2019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이뤄진 바 있다. 과연 올해 로하스의 거취는 언제쯤 결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