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대세' 장우진(미래에셋 대우, 세계랭킹 18위)이 '별들의 전쟁' 파이널스 대회에서 유일한 비중국인(non-chinese) 4강 쾌거를 일궜다.
장우진은 20일 밤(한국시각) 중국 정저우에서 펼쳐진 2020 국제탁구연맹(ITTF) 파이널스 8강에서 세계랭킹 5위, 중국 린가오위엔을 풀세트 접전끝에 4대3(11-7, 10-12, 1-11, 11-7, 12-10, 8-11, 11-6)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드라마같은 승리였다. 1세트를 11-7로 잡았지만 2세트를 10-12 듀스 접전끝에 내줬고 3세트를 1-11로 내주며 그대로 무너지는 듯했다. 그러나 장우진은 질겼다. 4게임 첫 4포인트를 내리 내주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11-7로 경기를 뒤집으며 분위기를 되돌리더니 5세트를 또다시 듀스 접전끝에 가져오며 승기를 잡았다. 결국 마지막 7세트에서 상대를 11-6으로 돌려세우며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2018년 코리아오픈 3관왕' 출신 장우진은 올 시즌 첫 국제대회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과 세계 무대 경쟁력으로 내년 도쿄올림픽행 희망을 밝혔다. 16강에서 일본 톱랭커, 세계 4위 '신동' 하리모토 도모카즈를 4대3으로 돌려세웠다. 일주일 전 ITTF 남자월드컵 3-4위 결정전 3대4 패배를 그대로 되갚아줬다. 장우진은 린가오위엔까지 꺾으며, 2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이겨내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남자월드컵 4강에 이어 2대회 연속 4강에 오르며 코로나 위기 속 흔들림 없는 한국 탁구의 힘을 보여줬다. 4강에 오른 마롱, 쉬신, 판젠동, 장우진 중 비중국인 선수는 장우진이 유일했고, 난공불락 '만리장성'을 넘은 비중국인 선수도 장우진이 유일했다.
비록 21일 세계 1위 중국 판젠동과의 4강전에서 1대4(8-11 4-11 15-13 8-11 5-11)로 패하며 결승행을 놓쳤지만 장우진의 분투는 빛났다. 특히 3세트를 4번의 듀스 접전끝에 15-13으로 가져온 장면에서 장우진의 성장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상대전적 5전5패의 열세를 이어갔지만, 일주일 전 월드컵 4강전 맞대결 때보다 내용 면에서 분명 한 단계 올라섰다.
현장에서 장우진의 벤치를 든든하게 지킨 '레전드' 오상은 미래에셋 대우 코치는 "판젠동을 상대로도 이길 수 있는 찬스가 있었는데…"라며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오 코치는 14년 전 이 대회 결승에 진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탁구의 명실상부 레전드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오 코치는 '애제자' 장우진에 14년만에 결승에 오르기를 누구보다 열망했다. 결승행은 무산됐지만 오 코치는 코로나 악재, 도쿄올림픽의 불확실성 속에 '에이스' 장우진이 보여준 경기력에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장)우진이의 포어드라이브는 나무랄 데 없다. 이번 대회 백드라이브가 더 좋아지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향후 백 쪽에서 좀더 좋아지면 내년 올림픽 등 국제 무대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