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NC 다이노스의 수비 시프트는 세밀함의 끝판왕이었다.
상황에 맞게 수비수의 위치를 옮겼고 심지어 같은 타자임에도 볼카운트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진 시프트를 선보이는 예상외의 수비를 펼쳤다.
NC는 1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왼손 강타자인 김재환과 오재일을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썼다.
김재환과 오재일이 타석에 서면 NC 내야수는 3루를 버리고 우측으로 자리를 옮겼다. 1루와 2루 사이에 3명의 내야수가 들어갔다. 3루수 박석민이 바빴다. 자신의 자리인 3루를 떠나 2루수쪽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유격수인 노진혁은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유격수 위치에선 넓은 행동 반경과 강한 어깨가 요구되기 때문에 기존 유격수가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수비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3루수인 박석민이 헬프 수비를 간 것.
그런데 상황에 따라 박석민과 2루수 박민우의 위치가 달라졌다.
1회초 2사 1루서 김재환 타석 때는 노진혁-박석민-박민우-강진성의 순으로 수비를 섰다. 박석민은 2루쪽에, 박민우는 오른쪽으로 치우쳐 외야 잔디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2회초 무사 1루서 오재일의 타석 때는 박민우가 2루에 가깝게 섰고, 박석민이 우측 깊숙한 곳으로 위치를 옮겼다. 이는 오재일이 내야 땅볼을 쳤을 때 병살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였다. 박석민은 3루수라 2루쪽에서 병살 플레이를 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4회초 무사 1루서 김재환 타석 때도 박민우가 2루쪽에, 박석민이 우측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주자가 없거나 병살이 필요없는 상황에서는 박민우가 우측 깊숙한 곳으로 갔다.
같은 우측으로 치우친 수비 시프트였지만 김재환 때는 박민우가 우측 외야까지 간 반면, 오재일 때는 잔디와 흙 사이에 섰다.
8회초엔 더 디테일한 시프트가 펼쳐졌다. 1사 1루서 오재일의 타석 때 병살을 위해 박민우가 2루쪽에 서고 박석민이 우측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볼카운트 2B2S에서는 갑자기 박석민이 2루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진혁-박석민-박민우 순으로 서게 된 것. 게다가 박민우는 우측 깊숙한 곳이 아니라 평소 2루수 자리에 서 있었다. 2루를 중심으로 좌우를 막는 포메이션이었다.
경기후 NC 이동욱 감독은 "오재일이 2스트라이크 이후엔 타구 방향이 바뀌어서 수비 위치를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오재일이 삼진을 당해 수비 시프트의 성공여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수비 시프트의 압박 덕분인지 김재환과 오재일은 이날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김재환은 병살타 1개에 삼진 2개를 당하는 등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오재일은 삼진만 3개를 당했고, NC 포수 양의지의 타격 방해로 한차례 출루를 했었다.
경기가 없었던 16일간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고 대비한 NC의 디테일 야구가 1차전서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