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투수는 공을 던진 뒤엔 야수가 된다. 최근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쓰다보니 2루쪽 타구가 잡혀 아웃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투수쪽으로 가는 빠른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투수 수비 하나가 경기 흐름과 승패를 바꿀 수도 있다.
NC 다이노스 외국인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가 멋진 수비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두번이나 병살 플레이를 만들어내면서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어 버린 것.
압권은 4-0으로 앞선 5회초였다. 4회말 애런 알테어의 스리런포로 4-0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5회초 실점을 하며 위기에 빠졌다. 선두 7번 박세혁에게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킨 루친스키는 8번 김재호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9번 정수빈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았다. 1사 2,3루서 1번 박건우를 3루수앞 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수 박석민이 공을 던질 때 제대로 잡지 못해 주자가 모두 세이프. 4-1이 되며 1사 1,3루가 됐다. 루친스키가 흔들렸다. 2번 최주환을 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가 됐다. 199안타로 최다안타왕에 오른 페르난데스와의 승부. 절체절명의 순간에 루친스키의 거미줄 수비가 빛을 발했다.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2구째 137㎞의 바깥쪽 포크볼에 페르난데스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투수쪽으로 갔다. 모두가 중전 안타가 될 타구로 봤다. 하지만 투구를 마치고 오른 발을 땅에 디딘 루친스키의 글러브에 공이 빨려들어갔다.
완벽한 병살찬스. 루친스키는 처음엔 2루쪽을 바라봤지만 이내 홈으로 방향을 틀었다. 홈으로 천천히 공을 안전하게 던져 3루주자를 아웃시켰고, 이어 포수 양의지가 1루로 강하게 던져 전력질주하던 페르난데스를 잡아냈다. 페르난데스의 발이 느린 것을 안 루친스키의 침착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루친스키는 4회초에도 무사 1루서 김재환의 빠른 타구를 잡아내 병살 플레이로 만들었다. 그땐 공을 너무 빨리 잡아 유격수 노진혁이 미처 2루로 오지 못하고 있었다. 루친스키는 당황하지 않고 스텝을 밟아 던지는 박자를 맞췄고, 노진혁이 2루로 온 타이밍에 맞게 공을 뿌려 병살 플레이를 완성했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