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첫 가을야구는 아쉽게 마무리 됐다.
하지만 KT 위즈는 큰 소득을 얻었다. 2015년 KBO리그 참가 이래 달고 다녔던 '막내', '꼴찌' 멍에를 털어냈다. 지난해 5강 경쟁에 이어 올 시즌 정규시즌 2위까지 도약한 KT는 앞으로 KBO리그 상위권 판도를 흔들 무시 못할 팀으로 성장했다.
부임 2년 만에 가을야구 비원을 일군 이강철 가목의 공이 컸다. 지난해 KT 지휘봉을 잡은 그는 두 시즌 연속 시즌 초반 하락세를 겪었지만, 중반부터 연승 행진을 거듭하면서 KT의 5강 경쟁과 가을야구행을 이끌었다. 이 감독 지휘 하에 KT는 창단 후 정규시즌 최다 연승(9연승), 최다승(81승), 최고순위(2위)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웠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다. '해태 왕조'를 지킨 마운드의 축으로 5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끼었고, 10년 연속 10승의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웠다. 지도자로 전향한 뒤에도 KIA 타이거즈의 우승에 일조했고, 히어로즈(현 키움), 두산 베어스 등 강팀들을 돌며 '투수 조련사'로 이름을 날렸다.
이런 그에게 KT 사령탑은 도전이었다. 그가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KT는 4시즌 연속 꼴찌 멍에를 간신히 벗어낸 시점이었다.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들은 있었지만, '원팀'은 요원했다. 현역, 지도자 시절 명성을 날렸던 이 감독이지만, KT에서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했다.
KT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일관성'을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부여하고, 경쟁 성과에 따라 확실하게 기회를 주는 쪽을 택했다. 한번 결정을 내린 뒤엔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믿음을 주면서 선수들과 신뢰를 쌓아갔다. 그 결과 KT는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내야수 박경수는 "감독님의 리더십을 세 단어로 정리하자면 사랑-신뢰-인정"이라며 "감독님이 선수들을 인정해주고 배려해주고 사랑해주시니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선수들 모두 감독님을 위해 야구를 하고 싶어하고, 더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두산이 너무 강했다. 우리 선수들 너무 고생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5강보다 높은 2위까지 올라선 데 너무 감사하다. 우여곡절 끝에 포스트시즌을 마무리 지었지만, 우리 선수들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KT를 첫 가을야구로 이끈 이 감독은 새 시즌 또다른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약체가 아닌 KT가 강팀으로 롱런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올 시즌 성과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기 위한 재편 작업도 이뤄질 전망. "오늘만 산다"고 강조해 온 이 감독이 만들어 갈 KT의 미래에 기대가 모아진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