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국민 할머니의 저력이다. 배우 윤여정이 연이은 할리우드 러브콜 속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제3의 전성기를 맞았다.
미국 뉴욕에서 독립 영화를 대상으로 열리는 제30회 고섬 어워즈는 12일(현지시각) 올해를 빛낸 독립영화와 배우를 선정해 영화상에서 경합을 벌일 후보를 발표했다. 미국 내 열리는 독립·예술 영화 시상식으로는 권위와 신뢰를 받는 '독립 영화계 아카데미'다.
특히 이번 고섬 어워즈 후보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미국의 독립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에서 열연을 펼친 윤여정이 최고 여배우상(Best Actress)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 윤여정은 내년 1월 열리는 고섬 어워즈에서 '미스 주네테'의 니콜 비헤리, '이제 그만 끝낼까 해'의 제시 버클리, '더 네스트'의 캐리 쿤, '노마드랜드'의 프란시스 맥도맨드 등과 경합한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을 주축으로 한예리, 윤여정, 윌 패튼,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등이 출연했고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리 아이삭 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뤄 만든 작품 '미나리'는 '문라이트'(17, 배리 젠킨스 감독) '플로리다 프로젝트'(18, 션 베이커 감독) '유전'(18, 아리 에스터 감독) 등을 만든 A24가 투자를 맡고 '노예 12년'(14, 스티브 맥퀸 감독) '월드워Z'(13, 마크 포스터 감독) '옥자'(17, 봉준호 감독) 등을 제작한 브래드 피트 설립 영화 제작사 플랜 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고 스티븐 연 역시 정이삭 감독과 함께 기획과 제작에 참여, 총괄 프로듀서로 의미를 더한 작품이다.
이러한 '미나리'는 지난 2월 열린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자국 영화 경쟁 부문(U.S. Dramatic Competition)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고 지난 18일 폐막한 제8회 미들버그 영화제에서 앙상블 어워드(Ensemble Award, 배우조합상)를 수상했고 오는 11월 열리는 제40회 하와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해외 영화제로부터 낭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 결과를 예측하는 미국 사이트 어워즈와치는 지난 2월 '미나리'의 윤여정을 두고 내년 4월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았고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또한 지난달,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후보를 선정하는 '2021년 오스카 후보 예측'에 '미나리'를 작품상, 각본상 부문 후보로 꼽아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에는 부산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 국내 관객에게 처음으로 소개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부산영화제 당시 기자회견에서 윤여정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 예측으로 꼽힌 것에 대해 "나도 그런 이슈가 있는 줄 몰랐다. 어느 날 식당에 갔는데 대뜸 '아카데미 수상 축하한다'고 하더라. 너무 부끄러웠다. '아직 후보에 올라간 것도 아니다. 누가 예측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당황했다. 이러다 안 뽑히면 어떻게 하느냐"며 "미들버그 영화제에서 앙상블 어워드를 받았는데 그건 정말 의미 있고 맞는 수상인 것 같다"고 소회를 전한바 있다.
일찌감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예측, 그리고 고섬 어워즈 최고 여배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윤여정. 만 73세 한국의 여배우에게 쏟아지는 할리우드의 관심이 심상치 않다.
윤여정의 할리우드 행보는 아카데미, 고섬 어워즈뿐만이 아니다. 본지의 단독 보도로 알려진 미국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Pachinko) 주연 캐스팅 소식까지 더하며 제3의 전성기임을 입증했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둔 작품으로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세계적 출연진이 함께 제작하며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 3개 국어로 진행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앞서 이민호가 캐스팅보드에 이름을 올린 '파친코'는 윤여정이 가세하면서 한국 배우의 명품 연기력을 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