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흠 잡을 데 없었다. 열아홉살 신인의 패기와 리그 최강 외국인 투수의 맞대결은 플레이오프 첫 경기를 화려하게 수 놓았다.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는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을 펼쳤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호투를 펼쳤던, 최근 컨디션이 가장 좋은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을 앞세웠다. KT는 '1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신인왕 0순위' 소형준을 두고 고민을 하다 후자를 택했다. 만 19세 신인 소형준은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첫 경기 선발 투수라는 중책을 맡았다.
플레이오프부터 돔구장인 고척에서 경기가 펼쳐진다는 변수가 존재했다. 잔뜩 추워진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데다 그라운드 흙이 딱딱한 편이라 타구가 빠르게 형성되는 돔. 타자들에게 유리한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모든 변수를 양팀 선발 투수들의 명품 투수전이 깨끗하게 지워냈다. 플렉센은 상대를 압도하는 구속과 구위로 왜 현 시점에서 리그 최고 투수인지 다시 한번 보여줬고, 소형준은 첫 포스트시즌 무대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 노련한 제구를 앞세운 투구로 물 오른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소형준은 완벽한 컨트롤과 커맨드가 공존했다.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거의 없이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어갔다. 1회초 첫 상대한 타자 정수빈이 유격수 심우준의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두산의 중심 타선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이후 두산 타자들은 4회 2사까지 단 한명도 1루를 밟지 못했다.
김재환과의 승부에서 고전하며 2루타를 내줬지만, 소형준은 마치 경험자 같은 침착함으로 승부를 이어갔다. 6회까지 두산 타선을 깔끔하게 요리했다. 소형준은 7회 2사까지 총 6⅔이닝 3안타 4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한 후 주 권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플렉센은 부드러운 소형준과 다르게 강력함을 앞세워 윽박지르는 투구를 펼쳤다. 쳐봤자 뻗어나가지 않는 커브의 위력 그리고 섞어던지는 슬라이더에 150km이 넘는 강속 직구는 위력이 대단했다. KT는 플렉센의 최근 구위를 의식해 황재균-강백호-멜 로하스 주니어로 이어지는 1~3번 타순을 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플렉센은 2회 2사 1,3루를 무실점으로 넘긴 후 4회 1사 1루에서 병살타를 추가했다. 이후 수월하게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갔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플렉센은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1,3루 위기 상황에서 교체됐다. 구원 등판한 이영하가 책임 주자들을 들여보내며 7⅓이닝 4안타 11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플렉센의 최종 성적이 남겨졌다. 아쉽게 무실점 행진은 깨졌지만, 리그 역대 최초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2경기 연속 두자릿수 탈삼진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등판을 마쳤다.
예상을 뛰어넘는 선발 투수들의 호투 대결은 포스트시즌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요소였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