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병마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겠다."
'기적의 사나이' 유상철 전 인천 감독이 팬들 앞에 했던 약속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췌장암 치료를 받고 있는 유 감독의 병세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유 감독은 최근 MRI(자기공명영상법) 진단 결과, "췌장쪽에 있던 암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초 '힘들 수도 있다'는 진단을 넘어, 투병 1년만에 이뤄낸 기적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웅' 유 감독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몸상태를 세상에 알렸다. 췌장암 4기. 현역시절부터 정열적이고 헌신적이었던 유 감독이었던만큼, 팬들은 물론 축구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유 감독은 투병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벤치에 앉았다. 인천을 극적으로 잔류시킨 유 감독은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지난 1월 인천 지휘봉을 내려놨다. 투병 생활로 팀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이후 항암 치료를 이어나갔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기는 했지만, 예정대로 치료 스케줄을 소화했다. 확실히 운동을 했던 몸이라, 힘든 항암 치료를 씩씩하게 이겨냈다. 물론 고열로 몇차례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하는 등 힘든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 6월, 당초 예정보다 한번 더 진행된 마지막 13차를 끝으로 항암치료를 마쳤다. 검사 결과는 대단히 고무적이었다.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암이 줄어들었다.
담당의와 상의 끝에, 먹는 약으로 치료를 이어갔다. 대외 활동을 늘리며, 운동도 병행했다. 안타까움을 표현하는데 바빴던 지인들도 확 달라진 유 감독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추석을 전후해 9월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에서 "암이 거의 사라졌다"는 소견을 들었던 유 감독은 MRI 촬영에서도 같은 결과를 받아들었다. 간쪽으로 전이됐던 암도 상당부분 사라졌다. 담당의는 "1년만에 이 정도로 상태가 좋아진 케이스를 거의 보지 못했다. 기적에 가깝다"고 했을 정도.
유 감독은 24일 추가 MRI 촬영을 통해 수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수술로 혹시 모를 전이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존처럼 계속해서 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확실한 것은 유 감독의 건강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축구장 안팎을 누빌 수 있는 몸상태가 됐다. '뼛속까지 축구인' 유 감독은 현장 복귀를 꿈꾸고 있다. 그는 그 힘들다는 항암치료 중에도 인천의 전지훈련과 연습, 경기를 놓치지 않았다. 물론 스트레스가 많은 감독직 복귀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현장에 돌아올 수 있을 만큼 호전이 됐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다짐, 그 약속을 지킬 '기적의 아이콘' 유비의 복귀가 얼마남지 않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