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야구를 좋아했던 팬이 야구단의 단장까지 오르는 것은 그 자체로도 드라마틱 해 보인다.
그런 인물이 실제로 나왔다. SK 와이번스 류선규 신임 단장(50)은 예전 1990년대 중반 PC통신 시절 야구 칼럼을 쓴 열혈 야구팬이었다. 그런 그가 20여년 만에 야구단을 이끄는 단장이 됐다.
대학 때 행정고시를 준비했던 류 단장은 공군 장교를 하면서 PC 통신의 야구 동호회에서 글을 쓰면서 야구팬들의 인기를 얻었고, 이후 LG 트윈스가 만든 카페에서 MY LG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었다. 당시 류 단장의 글이 구단 사장까지 보고될 정도였으니 그의 분석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워낙 야구에 대한 식견이 높다보니 LG에서 영입 제의를 했고 결국 1997년 야구단 프런트가 됐다.
류 단장은 "처음엔 야구단에 갈 생각이 없었다. 야구 보는게 유일한 취미인데 그게 업이 되면 내 취미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고사했다"라고 했다. 그런데 야구만 보다보니 취업 준비를 제대로 못했고, IMF까지 터지면서 결국 LG 구단에 입사를 하게 됐다고,
2001년 SK로 구단을 옮긴 류 단장은 본격적으로 야구단 프런트로 전문적인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마케팅팀 기획파트장, 홍보팀장, 육성팀장, 전략기획팀장, 데이터분석그룹장 등 다양한 보직을 경험하면서 구단내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올해 8월부터 운영그룹장과 데이터분석 그룹장을 겸임했다.
SK는 류 단장이 비 선수출신이지만 선수단 운영 및 육성 관련 업무 경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홍보 및 마케팅 등 프런트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험을 두루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류 단장은 "주위에서 축하해 주시는데 얼떨떨하다"면서 "부담감이 크다"라고 했다
전임 손차훈 단장이 외국인 선수 영입과 감독 선임, 선수단 정리 등을 해서 어느 정도 팀 정비가 끝나가는 상황인데 아직 코칭스태프 조각이 남아있다. "현재 1군 투수 쪽과 타격, 수비, 주루 등 코칭스태프를 새롭게 영입해야 한다. 감독 선임이 이제 된 거라 코칭스태프 영입 작업을 이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좀 걸릴 듯 하다"라고 밝혔다.
많은 팬들이 관심을 갖는 외부 FA 영입에 대해선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류 단장은 "올해 너무 야구를 못했다. 팬들에게 기대나 희망을 드려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면서 "그동안 구단이 가지고 있던 방향을 수정해야할 것 같다"라고 했다. 류 단장은 "그동안 내부 FA를 잡는 것은 잘했지만 외부 FA 영입을 잘 하지 않아서 팬들에겐 '쇄국주의'처럼 여길 수도 있지만 우리 구단에서는 선수단의 아이덴티티를 위해서 그렇게 해왔었다"면서 "올해의 실패를 보면서 선수단 구성도 그렇지만 그것보다 먼저 팬들에게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드리려면 그 방향을 바꿔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애둘러 표현했지만 외부 FA 시장에 뛰어들 생각이 있다는 것을 표현한 셈이다.
이제 단장이 됐는데 떠날 때를 얘기했다. "사실 내 나이엔 정리를 할 때다. 후배들을 키우고 좋은 구단, 팀을 만들어주고 나가야 하는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해야한다"라고 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