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지옥과 천당을 오간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제주 유나이티드가 웃었다. K리그2 우승으로 한 시즌 만에 K리그1에 복귀하는 감격을 누렸다.
제주는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서울이랜드와의 26라운드 홈경기에서 3대2로 승리, 남은 27라운드 충남 아산전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승팀에 주어지는 특전, K리그1으로의 다이렉트 승격 결실을 맺게 됐다.
지난달 24일 열린 수원FC와의 '사실상의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 확정이었다. 판은 잘 깔아졌다.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고 1701명의 홈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왕이면 홈팬들 앞에서 무승부가 아닌 승리로 우승을 확정짓고,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던 제주의 바람은 그대로 이뤄졌다. 많은 팬들이 경기 후에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선수단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제주에 2019년은 충격 그 자체였다. 리그 상위권 후보로 거론되던 팀이 시즌 초반부터 삐걱댔다. 조성환 감독이 팀을 떠나고 최윤겸 감독을 소방수로 영입했으나, 나아지는 모습은 없었다. 설마, 설마 하다 창단 후 최초로 K리그2 강등을 당했다. 그것도 리그 꼴찌, 다이렉트 강등이었다. 부산 아이파크, 전남 드래곤즈에 이어 세 번째 기업 구단 강등 불명예를 썼다.
하지만 그 아픔을 단 한 시즌 만에 기쁨으로 승화시켰다. 승격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제주는 강등 아픔을 털어내기 위해 사장, 단장, 감독을 모두 바꾸며 완전한 새판 짜기에 나섰다. 특히 '승격 청부사'로 불리는 남기일 감독이 성남을 떠나게 되자, 주저 없이 새 감독으로 선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강등에 타 팀 이적 유혹을 받은 주축 선수들을 대부분 지켜냈고, 여기에 K리그1에서 활약해도 되는 대어급 선수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구단의 투자에 선수단도 화답했다. '원팀'으로 똘똘 뭉치는 제주만의 축구로 이랜드전 승리까지 무려 15경기 무패 행진을 벌였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경기를 했다. 팀이 어려울 때마다 공민현 이동률과 같은 깜짝 스타들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제주 주장 이창민은 "지난 시즌에는 선수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누구 하나 대충 플레이 한 선수가 없었다. 감독님이 강조하신 '원팀' 정신을 잘 유지했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이던 제주 선수단과 관계자들은 승리가 확정되자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당연히 K리그2 우승에 만족할 이들이 아니다.
자신의 감독 커리어 세 번째 승격을 완성시킨 남 감독은 "K리그1에 4년, K리그2에 4년 있었다. 축구는 변화하고 발전한다. 우리 팀도 발전하고 변모해야 한다. 선수 질을 높이고, 전술과 전략도 잘 짜야 한다. 내년 시즌에도 구단의 지원이 충분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의욕을 불태웠다. 강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제주이기에, 승격에는 더욱 통 큰 지원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전 라운드 수원FC전을 '직관'했었다.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증거다.
이창민도 "2017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나갔던 좋은 기억이 있다. 내년 시즌에는 일단 ACL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K리그1에서도 상위권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제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