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있을까. 벼랑 끝에서도 한 발이 거의 떨어진 상황이었다. 바람만 강하게 불었어도 천길 아래로 떨어질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기사회생했다. 성남FC의 2020시즌은 기막힌 반전 드라마였다. 천신만고 끝에 결국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성남은 지난 31일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7라운드 홈 경기에서 홍시후의 동점골과 마상훈의 역전골을 앞세워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성남은 승점 3을 보태며 승점 28을 기록, 최종 10위로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반면 부산은 이날 선취점을 낼 때만 해도 잔류를 눈앞에 뒀으나 후반에만 2골을 내준 바람에 1년 만에 K리그2로 강등됐다.
성남은 이날 후반 20분 홍시후의 동점골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강등이 유력했다. 이날 성남과 부산, 그리고 인천 등 3개팀이 잔류의 독배를 피하기 위한 마지막 결전에 나선 상황이었다. 성남-부산전 패자는 거의 강등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물론 인천이 패하면, 성남과 부산은 자동으로 잔류 확정이었지만, 이날 인천은 마지막 힘을 짜내 서울을 꺾었다. 이대로 성남이 졌다면 강등되는 상황. 그러나 성남은 경기 종료 25분여를 남기고 극적인 잔류 확정 드라마를 완성했다.
성남은 이번 잔류 덕분에 얻은 게 많다. 비록 지난해에 이어 파이널A 진출에는 실패했어도 어쨌든 2년 연속 K리그1 무대에 생존했다는 점 덕분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 사실 2020시즌 개막 전 예상으로 성남은 잔류 유력 후보였다. 지난해에 비해 핵심 전력이 나간 데 비해 보강이 별로 없었고, 무엇보다 경험이 일천한 김남일 감독이 팀을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예상이 거의 맞아들어가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성남에는 마지막 저력은 남아 있었다. 시즌 막판 5연패로 휘청거리던 팀은 마지막 26라운드와 27라운드에 연승을 거두며 10위 자리를 꿰찼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이 얻은 자신감의 크기는 측량 불가다. 앞으로 팀에 큰 에너지를 부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성남이 거둔 가장 큰 소득은 바로 '감독의 경험치 증대'라고 평가할 만 하다. 김남일 감독은 올 시즌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해 말 취임 당시 "결과로 말하겠다"며 자신의 경험부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일축했던 김 감독은 시즌 초중반까지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호평을 받았다. 개막 후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로 한때 K리그1 상위권에 오르며 '5월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풀타임 시즌을 힘있게 끌고가기에는 확실히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 이건 개인의 잘못이라 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일정 단계로 오르기 위해서는 필요한 시간의 절대량이 있는데, 그게 모자랐을 뿐이다. 지난 24라운드 강원전 패배 후 거친 항의로 퇴장 징계를 받은 장면 또한 '경험의 부족'에서 비롯된 면이라 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이 모든 험난한 과정을 겪으면서도 끝내 성남과 김 감독이 '잔류'에 성공하며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일단 살아남기만 한다면, 모든 아픈 경험은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구단, 선수단 그리고 김 감독 모두 올 시즌의 좌절과 실패를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2020시즌에 누구보다 더 큰 소득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