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승격 몇 번 했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승격 청부사' 남기일 감독이 제주 유나이티드마저 K리그1으로 승격시켰다.
제주는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서울 이랜드와의 26라운드 홈경기에서 3대2로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최소 무승부만 기록하면 리그 우승과 함께 다이렉트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제주는 승리를 따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남 감독은 광주FC(2014), 성남FC(2018)에 이어 세 번째로 팀을 K리그1에 승격시키는 엄청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승강제가 도입된 후 세 번이나 팀을 승격시킨 건 남 감독 뿐이다.
늘 K리그1 강호로 대접받던 제주는 지난 시즌 충격의 다이렉트 강등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성남을 떠나게 된 남 감독을 선임한 뒤 공격적 투자를 해 전력을 유지했다. 개막 후 초반에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상 궤도에 진입한 후 줄곧 선두 싸움을 벌였다. 이랜드전까지 15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남 감독은 우승 확정 후 "우승 확정에 대한 뿌듯함을 느낀다. 선수들이 한 시즌 고생을 많이 했다. 힘든 시즌이었다. 그런 가운데 홈팬들 앞에서 귀중한 승리를 거둬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지난 시즌에는 팬분들께 아픔을 드렸다면, 올해는 기쁨을 드리는 한 해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 감독은 이어 우승에도 별로 기뻐하지 않는다는 모습에 "마스크 속에서 많이 웃고 있는데, 표현이 잘 안되는 것 같다.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나도 기쁘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장면을 생각하고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제는 지금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남 감독은 "3-0으로 앞서도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긴장을 했다. 선수들이 찬스를 잘 만들어줘 고맙다. 경기가 다 끝나고 승리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 감독은 승격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제주에 온 것에 대해 "초반에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다.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해주셨다. 초반에는 조금 부진해 조급함도 있었다. 승격을 몇 번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닌 것 같다. 팀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한 거다. 그 부분에서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잘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남 감독은 특별한 외국인 선수 없이 우승을 일궈낸 것에 대해 "팀에 적합한 선수가 있다면, 나도 있으면 좋다. 올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해 나를 힘들게 했다. 결정을 해야 했다. 다만, 국내-외국인 선수 관계 없이 모두 제주 선수이기 때문에 어떻게 성장시키고 어떻게 기용하는지에 대해 집중했다. 내년에는 선수의 질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남 감독은 승격 청부사지만, 리그 우승을 거둔 건 처음이다. 남 감독은 "사실 제주는 K리그1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이 부분에서 구단에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전력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래서 구단에 감사하다. 사실 이전 승격 때는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스쿼드가 아니었다. 그 나름대로 성적을 내 승격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남 감독은 마지막으로 K리그1에서 뛸 다음 시즌에 대해 "K리그1에 4년, K리그2에 4년 있었다. 축구는 변화하고 발전한다. 우리 팀도 발전하고 변모해야 한다. 선수 질을 높이고, 전술과 전략도 잘 짜야 한다. 내년 시즌에도 구단의 지원이 충분할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제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