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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프로 커리어 안녕' 전북 이동국 "박수칠 때 제2의 인생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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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선수 은퇴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다."

'살아있는 K리그 레전드' 이동국(41·전북 현대)이 23년 간의 프로선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1998년 고향팀 포항 스틸러스를 통해 프로 데뷔했던 '라이언킹' 이동국은 선수 인생 마지막을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26일 직접 SNS를 통해 선수 은퇴 결정을 팬들에게 알렸다. 이동국은 '올 시즌을 끝으로 내 인생의 모든 걸 쏟았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다. 푸른 잔디 경기장을 나섰던 기억, 유니폼을 입고 뜨겁게 제 이름을 불러주셨던 팬들의 환호, 그리고 팬들과 함께 했던 모든 기쁨과 영광의 순간들을 이제는 추억으로 간직하며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 다가오는 홈 경기가 등번호 20번을 입고 팬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온다'고 전했다.

전북 구단에 따르면 이동국은 선수 은퇴 결정을 두고 깊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전북 백승권 단장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동국은 우리 구단에 8개의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전설이다. 그런 위대한 선수가 어렵고 힘든 결정을 했다. 박수칠 때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지난주 구단을 찾아와 얘기를 나눴다. 최고의 지도자가 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선수 은퇴 이후 계획이 서면 서로 얘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K리그 최종전인 11월 1일 '전주성'에서 열릴 대구FC전에서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된다. 전북 구단의 리그 4연패가 달린 중요한 경기인 만큼 이동국의 출전 여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이동국은 K리그 역사에서 기록적인 선수로 남게 될 것 같다. 포항제철공고 졸업 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프로 데뷔했다. 19세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1998년 프랑스월드컵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다. 반듯한 외모와 모범적인 자세로 늘 좋은 이미지를 팬들에게 심어주었다. 하지만 그의 20대는 불운했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고 꼬였다. 독일 베르더 브레멘과 잉글랜드 미들즈브러 진출은 '용기있는' 도전으로 좋은 경험에 그쳤다. 성남 일화로 돌아온 이동국은 2009년초 전북 현대로 이적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김상식(현 전북 코치)과 함께 최강희 감독(현 상하이 선화)의 부름을 받은 이동국은 이후 10년 이상 '전북 천하'를 이끌었다. 지난해까지 이동국은 우승 트로피를 원없이 들어올렸다. K리그 우승 7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회 우승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전북이 우승하면 이동국의 우승 커리어는 총 9번이 된다. 특히 2009년 전북 이적 첫 해 전북의 창단 첫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자신도 득점왕을 차지했다.

이동국이 걸어온 길 자체가 K리그의 역사다. 그는 K리그 통산 547경기에 출전해 228골-77도움(전북 소속으로 360경기 출전, 164골-48도움)으로 K리그 역사상 개인 최다골을 기록하고 있다. 또 아시아축구연맹(AFC) 최고 대회인 ACL에서 통산 37골(75경기 출전)을 넣어 이 대회 개인 최다골 기록을 보유 중이다.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라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그는 국가대표로서도 최고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 등 A매치 105경기(역대 10위) 출전해 33골(역대 공동 4위)을 터트렸다. 이동국은 개인적으로 가장 '폼'이 좋았던 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 출전 좌절이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당시 포항 소속이었던 이동국은 대회를 코앞에 두고 벌어진 K리그 경기에서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져 독일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같은 1979년생으로 이동국과 친구인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현영민 해설위원은 "이동국은 K리그의 위대한 영웅이다. 23년을 한결같이 뛴 그 친구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 준비 과정을 밟고 있는데 경험이 풍부한 만큼 앞으로도 한국 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앞길을 축하해줬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