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영락없는 '동병상련' 매치에서 KCC가 활짝 웃었다.
25일 원주에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1라운드 첫 맞대결로 만난 원주 DB와 전주 KCC는 같은 걱정을 안고 있었다. 마치 '누가 더 힘든가' 배틀을 하는 것 같았다.
KCC는 라건아 유병훈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최근 상승세를 타던 김지완마저 발목 부상으로 빠졌다. 라건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홀로 분전하던 타일러 데이비스마저 이른바 '배터리' 방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상으로 암울하기는 DB도 질세라, 김종규 윤호영 김현호 김태술 등 주전들을 줄줄이 부상으로 잃은 가운데 정준원도 부상자 명단에 합류했다.
이처럼 가뜩이나 힘든데, DB는 3연승 후 3연패 중이었고 KCC는 전날 현대모비스에 31점 차 대패를 한 뒤 장거리 이동 백투백 경기를 맞았다. 부상 공백을 제외하더라도 체력 소진에, 외국인 선수 1명밖에 없는 KCC가 더 불리해 보였다.
전창진 KCC 감독은 "경기가 진행될수록 가용할 선수가 없어서 걱정이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이상범 DB 감독은 "상대팀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다. 연패 중이라 선수들 자신감이 더 떨어지면 안되는데 "라며 마찬가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걱정 태산'으로 시작된 이날 동병상련 매치에서 KCC가 85대69로 승리하며 연패 위기를 면했다.
전반까지는 KCC가 예상과 달리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데이비스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성호를 대신 투입하는 등 궁여지책 용병술과 함께 조직력과 스피드에서 다소 앞선 플레이로 기선을 잡는데 성공했다.
1쿼터에 믿을 맨 송교창의 활약 덕분에 25-21 리드를 잡았던 KCC는 2쿼터 2분20초 동안 쉬게 했던 데이비스를 다시 투입하며 특유의 '데이비스 효과'를 살려내기 시작했다. 골밑에서 이른바 받아먹는 플레이에 능했던 데이비스는 이날 체력 부담을 덜기 위해 미들지역 비중을 높이면서도 리바운드의 강점도 잃지 않았다. 지친 와중에도 데이비스는 전반에만 16득점 9리바운드로 양 팀 통틀어 최고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2쿼터까지 개인파울 4개나 감수하며 DB의 앞선을 괴롭히기 위해 투입된 식스맨 이진욱의 깜짝 투지도 KCC엔 활력소가 됐다. 이 덕분에 KCC는 전반을 41-36으로 상대의 추격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KCC는 3쿼터 초반 침묵하던 3점포를 유현준 송교창을 앞세워 가동하며 10점 차 이상으로 달아나기도 했다. KCC는 데이비스가 지쳐가는 틈을 타 55-54로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4쿼터 들어 끈끈한 수비 조직력에서 상대를 압도한 가운데 김지후의 깜짝 활약까지 더해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KCC는 현대모비스전 대패의 충격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했고, DB는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한편 전자랜드와 오리온의 1, 2위 대결에서는 전자랜드가 종료 직전 위닝샷을 앞세워 73대71로 승리, 오리온의 5연승을 저지하고 1위(5승1패)를 수성했다. 원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