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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th BIFF-SC현장] "실제 이민史 담겨"…'미나리' 윤여정→스티븐연, 마법같은 앙상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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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계 미국 이민자들 모두의 이야기, 마법 같은 순간의 연속이었죠."

23일 오후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인 독립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으로 진행, 부산영화제를 직접 찾은 한예리, 윤여정은 부산에서, 부산영화제 참석하지 못한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온라인 다원 생중계를 통해 취재진을 만났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쫓아 미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한예리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동시에 한국계 미국 배우 스티븐 연과 '명품 배우' 윤여정이 가세했고 더불어 윌 패튼,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 등이 출연했다. 영화 '문유랑가보(Munyurangabo)'로 2008년 열린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분에 초청,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 AFI)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리 아이삭 정) 감독의 신작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뤄 만든 작품 '미나리'는 '문라이트'(17, 배리 젠킨스 감독) '플로리다 프로젝트'(18, 션 베이커 감독) '유전'(18, 아리 에스터 감독) 등을 만든 A24가 투자를 맡고 '노예 12년'(14, 스티브 맥퀸 감독) '월드워Z'(13, 마크 포스터 감독) '옥자'(17, 봉준호 감독) 등을 제작한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 플랜 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했고 스티븐 연 역시 정이삭 감독과 함께 기획과 제작에 참여, 총괄 프로듀서로 의미를 더한 작품이다.

이러한 '미나리'는 지난 2월 열린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자국 영화 경쟁 부문(U.S. Dramatic Competition)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고 지난 18일 폐막한 제8회 미들버그 영화제에서 앙상블 어워드(Ensemble Award, 배우조합상)를 수상했고 오는 11월 열리는 제40회 하와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해외 영화제로부터 낭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 결과를 예측하는 미국 사이트 어워즈와치는 지난 2월 '미나리'의 윤여정을 두고 내년 4월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았고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또한 지난달,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후보를 선정하는 '2021년 오스카 후보 예측'에 '미나리'를 작품상, 각본상 부문 후보로 꼽아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올해 부산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 국내 관객에게 처음으로 소개된 '미나리'는 폭발적인 호평과 반응을 얻으며 올해 부산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이날 정이삭 감독은 "영화제 초청해줘서 감사하고 또 영화제를 진행해줘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나리'는 윌라 캐더 작가의 '마이 안토니아'라는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윌라 캐더 작가가 실제로 농장에서 살았던 이야기를 쓴 작품이었다. 본인의 이야기에 진실되게 다가가려고 했다. 이런 이야기가 내 실제 삶과 얼마나 같은지 고민했다. 나도 윌라 캐더처럼 진실되게 기억을 곱씹으려고 했다. 내 기억의 순서를 보면서 가족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나열했다. 많은 이야기가 나의 가족의 실제 이야기가 담겼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각자 새로운 창조를 하면서 각각의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정이삭 감독은 미국 영화임에도 '미나리'라는 제목을 쓴 이유에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미나리'라는 제목을 지었다. 실제로 우리 할머니가 미국에 처음 이민 갔을 때 미나리 씨앗을 가져가 우리 가족을 먹이려 심었다. 우리가 심은 것 중에 가장 잘 자란 식물이었다. 할머니의 사랑이 잘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미나리의 감정과 정서가 제목에 잘 투영될 것 같았다"며 또한 문어체 대사에 대해 "나는 한국어를 잘 못한다. 글을 쓸 때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스테파니 홍이 시나리오를 많이 도와줬다. 모든 배우들, 윤여정을 비롯해 스티븐 연까지 많은 도움을 줬다. 굉장히 유려하게 공동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또한 '미나리'의 국내 개봉에 대해 "배급 문제는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있어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아직 완전히 한국 개봉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미국내 한국 영화 열풍에 대해 "굉장히 놀랐다. '기생충'이 미국 관객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았는데 미국 관객이 이런 문화에 많이 포용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적인 콘텐츠가 전 세계 관객에게 공감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연은 "실제 내 가족의 이민 스토리와도 이 영화에 비슷하게 담겨 있었다. 이민은 세대간의 소통, 문화 차이 등의 문제가 있다. 정이삭 감독이 만든 내용을 보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정이삭 감독이 굉장히 진실되게 만들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우리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비단 정이삭 감독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계 미국 이주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는 "정이삭 감독이 쓴 너무 아름다운 대본을 가지고 참여하게 됐다. 특별한 경험이었고 우리가 같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있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관객은 각자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많이 배웠다.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있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물리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세대별 힐링과 소통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작품에 애정을 쏟았다.

또한 "내가 이민자로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은 한국에서 미국에서 넘어오면서 어느 곳에도 소속된 느낌이 없었다. 중간에 껴있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가족끼리 더 결속했다. 그런 이야기가 '미나리'에 담겨있다. 제이콥 역할을 연기하면서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담겨있었다. 이런 삶에 있어서 굉장히 힘겨운, 녹록하지 않은 삶을 이겨냈다. 흔히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는데 아버지가 이민하게 된 동기를 더 느끼게 됐다. 나 역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 더 이해하게 됐다. 한예리와 작업하면서 내가 잘 보지 못한 심오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연기에 "한국어 연기가 굉장히 무서웠다. 그래서 윤여정 선생님에게 많이 도와달라 했는데 처음부터 많이 꾸짖어주셨다"고 농을 던져 장내를 웃게 만들었다. 그는 "실제로 우리 부모님과도 한국어로 이야기를 한다. 부모님을 보며 많이 도움을 받았다. 제이콥이란 사람이 어떻게 말할지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말했다. 내 연기에 어떻게 평가할 수 없다. 관객의 평가를 맡기고 싶다"고 겸손을 보였다.

윤여정은 "나는 이주는 아니고 외국에 잠깐 살았다. 왜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냐고 한다. 나이가 많은데 지금은 작품보다 사람을 보고 일을 하려고 한다"며 "정이삭 감독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남자로 마음에 든 것은 아니다. 정말 순수하고 한국 영화도 잘 알고 있더라. 김기영 감독의 작품도 잘 알더라.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같았다. 너무 놀라 중간에 작품을 전해준 사람에게 '진짜냐?'라며 전화를 하기도 했다"고 특유의 재치를 드러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 예측으로 꼽힌 것에 대해 윤여정은 "나도 그런 이슈가 있는 줄 몰랐다. 어느 날 식당에 갔는데 대뜸 '아카데미 수상 축하한다'고 하더라. 너무 부끄러웠다. '아직 후보에 올라간 것도 아니다. 누가 예측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당황했다. 이러다 안 뽑히면 어떻게 하느냐"고 머쓱해했다.

그는 "미들버그 영화제에서 앙상블 어워드를 받았는데 그건 정말 의미 있고 맞는 수상인 것 같다. 우리가 촬영하면서 숙소에서 함께 함께 밥을 해 먹고 생활했다. 우리는 돈이 없는 곳에서 촬영해 우리 모두 말 할 수 없이 고생했다. 지금에서야 웃으며 말하지만 그 당시 날씨는 너무 덥고 숙소는 에어컨도 제대로 안 나왔다. 정말 힘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한예리는 "윤여정 선생님이 첫 촬영 때 '예리야 정신 차려야 한다'고 다독여 주기도 했다"고 박장대소 했다.

한예리는 "정이삭 감독이 정말 편했다. 영어를 못하지만 정이삭 감독과 소통이 정말 많이 될 것 같다. 내가 연기한 모니카라는 역할은 나의 엄마, 이모, 할머니가 잘 담겨있었다. 미국 경험은 전혀 없지만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첫 할리우드 진출에 "거창하게 할리우드 진출이라고 할 수 없다. 할리우드에 간 적도 없다. 그런 기사가 나서 나 역시 너무 부담스러웠다. 너무 거창하게 기사가 났다"며 웃었다.

한편 올해 부산영화제는 지난 2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홍콩을 대표하는 7인의 감독이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7중주: 홍콩이야기', 폐막작은 일본 다무라 고타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선정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