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역대급 우승 경쟁은 K리그1(1부리그)만이 아니다.
K리그2(2부리그)도 K리그1 못지 않게 뜨거운 우승 다툼이 펼쳐지고 있다. 역대급 승격 전쟁을 예고했던 K리그2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치열한 구도다. K리그2 역시 '양강 체제'다. '절치부심' 제주 유나이티드와 '다크호스' 수원FC가 주인공이다. 당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던 제주가 예상대로 순항하는 가운데, 다크호스 정도로 분류됐던 수원FC가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다이렉트 승격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 시즌 K리그2는 우승팀이 자동 승격하고, 2~4위팀을 플레이오프를 통해 나머지 한장의 승격 티켓을 갖는다.
이번 주말 균열이 왔다. 23라운드 제주가 안산 그리너스와 비기고, 수원FC가 대전 하나시티즌을 잡으며, 어깨를 나란히 했던 양 팀은 24라운드를 거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제주가 경남FC를 1대0으로 제압하고, 수원FC가 전남 드래곤즈에 3대4로 패하면서, 제주가 다시 선두로 나섰다. 제주가 승점 51, 수원FC가 승점 48로 3점차로 벌어졌다. 수원FC도 패하기는 했지만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남전에서 3골을 넣으며 총 48골로, 제주(44골)와의 다득점 격차를 더 벌려 놓았다. K리그는 승점이 같을 경우 골득실이 아닌 다득점으로 순위를 가른다. 지난해에도 단 1골차로 전북 현대가 울산 현대에 역전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다득점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중요치 않다. 이번 주말 우승향방을 좌우할, 사실상의 결승전이 벌어진다. 24일 오후 4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두 팀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물론 이 경기 이후에도 2경기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번 맞대결을 통해 우승의 윤곽이 가려질 전망이다. 제주가 이기면 승점 6점차로 벌어진다. 수치상으로는 수원FC가 역전할 가능성도 있지만, 제주는 우승까지 팔부능선을 넘게 된다. 수원FC는 패할 경우, 희박한 역전 우승의 꿈을 버리고 미련 없이 플레이오프에 집중하겠다는 플랜B까지 세운 상황이다. 수원FC가 승리할 경우, 다시 선두로 뛰어오른다. 다득점에서 앞서는 만큼 마지막 두 경기서 승리를 챙기면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분위기는 제주 쪽이다. 제주는 11경기 무패행진(8승3무)을 이어가고 있다. 진성욱 이찬동 류승우, 전역생 트리오가 가세한 이후 무적의 행보다. 탄탄한 밸런스는 물론, 공격력까지 폭발하고 있다. 다만 제주는 지난 두 경기에서 다소 주춤한 모습이었다. '공격의 핵' 주민규의 공백이 크다. 이날은 공민현까지 경고누적으로 뛸 수 없다. 수원FC는 전남전 패배 후유증을 어떻게 넘느냐가 포인트다. 5연승을 포함, 9경기 무패(7승2무)를 달리던 수원FC였다. 특히 5경기 무실점을 하던 수비가 4골이나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 체력이 떨어진 모습도 고민이다. 일단 수원FC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인 만큼, 트레이드마크인 공격축구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두 팀은 이 경기 이후에도 만만치 않은 일정을 이어간다. 제주는 11월 1일 서울 이랜드(홈), 7일 충남 아산(원정), 수원FC는 31일 경남(홈), 11월 7일 FC안양(원정)과 만난다. 이랜드와 경남은 플레이오프라는 이슈가 있어, 힘겨운 승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양 팀에게 내일은 없다. 향후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맞대결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1위 싸움을 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선수들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더 준비를 잘해줄 것이라 보고 있다"고 했다. 김도균 수원FC 감독도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 이기든, 지든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