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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멜랑꼴리한 감정"…김혜성, '종이꽃'으로 전한 뭉클한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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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실제로 무뚝뚝한 아들, '종이꽃' 촬영하면서 멜랑꼴리한 감정을 많이 느꼈어요."

휴먼 영화 '종이꽃'(고훈 감독, 로드픽쳐스 제작)에서 장의사 성길(안성기)의 아들 지혁을 연기한 배우 김혜성(32). 그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종이꽃'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종이꽃'은 '퇴마: 무녀굴'(15, 김휘 감독) 이후 5년 만에 '종이꽃'으로 스크린에 컴백한 김혜성의 열연이 돋보인 작품. 극 중 미래가 촉망되는 의대생이었지만 우연한 사고로 인해 삶의 희망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는 지혁 역을 맡은 김혜성. 옆집으로 이사 온 은숙(유진)이 병간호를 맡게 되면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잊고 있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캐릭터를 소화한 김혜성은 녹록하지 않은 휠체어 연기는 물론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섬세한 감성 연기, '대배우' 안성기와 뭉클한 부자(父子) 호흡으로 영화의 진정성을 끌어올렸다.



김혜성은 "'종이꽃'을 선택한 이유는 첫째 시나리오가 재미있게 잘 읽혀다. 소재에 비해 무겁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그리고 둘째는 안성기 선생님이 캐스팅됐다는 소식만으로 선택하게 됐다. 내가 또 살면서 언제 안성기 선생님과 연기를 할 수 있겠나 싶어 무조건 '종이꽃'을 선택하게 됐다"고 웃었다.

그는 안성기와 첫 만남에 "그동안 연기 생활을 하면서 사석에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후배들을 편하게 대해주셨다. 흔히 말해 권위 의식 같은 것은 없었다. 예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당시 이순재 선생님과 같았다. 이순재 선생님도 후배들에게 권위 없이 편안하게 대해주셨다"며 "확실히 대선배들은 그들만의 기가 있는 것 같다. 데뷔 초 때는 몰랐는데 이순재 선생님과 리딩할 때 처음 느꼈고 '종이꽃'을 통해 오랜만에 안성기 선생님을 통해 그런 기를 느꼈다"고 밝혔다.

극 중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촬영 전 아무래도 몸이 불편한 역할이라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있겠다' 싶었다. 얼굴이나 분위기에서 분위기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제약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 특별히 신경을 쓰려고 했다. 다리가 불편한 캐릭터 설정 때문에 사전에 집에서 연습을 했다. 집에서도 다리를 안 쓰려고 했고 침대에서 떨어져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에서 연습할 때도 하반신을 안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처음 연습할 때는 많이 다치기도 했다. 실제로 떨어져 봐야 어떤 아픔인지,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알 수 있지 않나? 그 역할을 하기 전에는 얼마나 불편한지 몰랐는데 실제로 다리를 묶어두고 집에서 기어 다니며 생활하면서 몸이 불편한 게 어떤 고통인지 많이 알게 됐다. 물론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마음을 100% 알 수 없겠지만 그분들의 힘든 부분을 조금이나마 경험해 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변화된 연기관, 삶의 방향에 대해 김혜성은 "30대부터는 좀 더 책임감도 생겼고 스스로에 대해 무게가 좀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주변에서 가족들 보면서 많이 느낀다. 열심히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하고 가족을 비롯해 주위 분들 모두 그렇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부끄럽지 않게 살려면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좀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가족들 보면서 많이 느끼고 있다. 내 가족이 정말 열심히 사는데 그런 부분이 직접적으로 와 닿는다. 그리고 '앞으로 좀 더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라는 생각도 많아졌다.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효자인데 표현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는 무뚝뚝하고 툴툴대는, 표현을 잘 안 하는 아들이다. 반대로 아버지는 경상도 분인데도 아들에게 표현을 많이 하는 아버지다. 지금도 하루에 한 번 통화하고 마지막에는 늘 '사랑한다'라며 전화를 끊으신다. '종이꽃'을 촬영하면서 반성도 많이 하게 됐다. 아버지에게 표현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사랑이 많으시고 헌신적인데 이런 아버지에게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또한 "'종이꽃'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아버지인 안성기 선생님을 안는 장면이다. 우리 아버지를 안는 것 같아 뭉클했다. 또 '우리 아버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안아줬는데'라며 반성하기도 했다. 그 장면 찍으면서 슬프기도 하고 아버지의 무게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멜랑꼴리한 감정이 생겼다. 많이 뭉클했다"고 답했다.

연기 강박에 대해 "그동안은 스스로 연기 변신에 대한 강박을 가졌는데 내가 그런 강박을 가져도 다들 나를 안 써주더라. 그래서 이제는 이미지 변신에 가볍게 생각만 하고 너무 신경 쓰고 빠져있지 않으려고 한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뜻대로 안 되는 일이더라. 이제는 앞으로의 작품에 대해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연기에 대해 '내가 해야 할 일' '직업'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좀 더 편안하게 '연기는 취미다'고 생각하려고 한다"며 "실제로 나는 밝은 성격보다 우울한 성격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한테 냉정하고 자학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도움이 안 됐다. '연기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라고 생각을 하자'라며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좀 더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영화 '제니, 주노'(05, 김호준 감독),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대해 "살면서 얻는 게 있으면 잃은 것도 있다. 그런 작품을 통해 이쪽 일을 지금까지 할 수 있었고 두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랑도 받았다. 물론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 숙제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숙제를 못 풀기도 했지만 연기를 계속하고 있으니까 할 때까지는 숙제하려고 한다. 두 작품을 해서 후회를 한 적은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내 또래 남자 배우들이 '난 남자야' '수컷 냄새 나는 역할' 같은 이미지를 하려고 하는데 이 나이를 지나면 좀 더 폭넓은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계속 고민하고 반성하면서 살 것 같다. 지금 당장 변화는 아닐 것이고 또 모든 배우가 그럴 것 같다. 어중간한 나이와 어중간한 시기에 있다 보니 더 그런 고민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종이꽃'은, 사고로 마비가 된 아들을 돌보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장의사 성길이 다시 한번 희망을 꿈꾸는 이야기를 다룬 가슴 따뜻한 작품이다. 안성기, 유진, 김혜성이 출연하고 '어멍'의 고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로드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