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혜성(32)이 "안성기(68) 선생님과 첫 호흡, 그만의 기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휴먼 영화 '종이꽃'(고훈 감독, 로드픽쳐스 제작)에서 장의사 성길(안성기)의 아들 지혁을 연기한 김혜성. 그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종이꽃'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종이꽃'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들과 살아가는 장의사가 옆집으로 이사 온 모녀를 만나 잊고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 4월 열린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에 해당되는 백금상과 남우주연상(안성기)을 수상한 '종이꽃'은 개봉 전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의 주목을 받으며 기대작으로 등극했다. 장례문화에서 사용된 종이꽃은 꽃이 귀하던 시절, 소외당하거나 가난했던 이에게도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에 숭고함을 표현하기 위해 장식으로 사용했는데, 영화 속 '종이꽃' 역시 인간의 존엄에 대한 평등을 이야기하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종이꽃'은 '퇴마: 무녀굴'(15, 김휘 감독) 이후 5년 만에 '종이꽃'으로 스크린에 컴백한 김혜성의 열연이 돋보인다. 극 중 미래가 촉망되는 의대생이었지만 우연한 사고로 인해 삶의 희망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는 지혁 역을 맡은 김혜성. 옆집으로 이사 온 은숙(유진)이 병간호를 맡게 되면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잊고 있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캐릭터를 소화한 김혜성은 녹록하지 않은 휠체어 연기는 물론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섬세한 감성 연기, '대배우' 안성기와 뭉클한 부자(父子) 호흡으로 영화의 진정성을 끌어올렸다.
이날 김혜성은 "'종이꽃'을 선택한 이유는 첫째 시나리오가 재미있게 잘 읽혀다. 소재에 비해 무겁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그리고 둘째는 안성기 선생님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만으로 선택하게 됐다. 내가 또 살면서 언제 안성기 선생님과 연기를 할 수 있겠나 싶어 무조건 '종이꽃'을 선택하게 됐다"고 웃었다.
그는 안성기와 첫 만남에 "그동안 연기 생활을 하면서 사석에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후배들을 편하게 대해주셨다. 흔히 말해 권위 의식 같은 것은 없었다. 예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당시 이순재 선생님과 같았다. 이순재 선생님도 후배들에게 권위 없이 편안하게 대해주셨다"며 "확실히 대선배들은 그들만의 기가 있는 것 같다. 데뷔 초 때는 몰랐는데 이순재 선생님과 리딩할 때 처음 느꼈고 '종이꽃'을 통해 오랜만에 안성기 선생님을 통해 그런 기를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안성기 선생님과 첫 리딩에서 첫 대사를 하시는데 그 순간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배우들과 촬영할 때와 느낌이 전혀 달랐다. 안성기 선생님이 첫 마디를 내 뱉는 순간 '와!' 싶었다. 저런 게 내공인 것 같다. 그들이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는 힘이었다. 그들을 옆에서 지켜 보는 것만으로 자극도 됐다.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현장에서 스태프와의 관계도 많이 배웠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들 만나서 친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들 편안하게 상대방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낯간지러운 무언가가 있어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런데 안성기 선생님은 두루두루 너무 잘 지내신다. 고훈 감독과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잘 나눈다. 그동안 나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라 공감대를 서로 가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에 안성기 선생님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종이꽃'은, 사고로 마비가 된 아들을 돌보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장의사 성길이 다시 한번 희망을 꿈꾸는 이야기를 다룬 가슴 따뜻한 작품이다. 안성기, 유진, 김혜성이 출연하고 '어멍'의 고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로드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