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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차기 총재로 사상 첫 구단 전문경영인이 추천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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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박재호 기자]KBO(한국야구위원회) 정운찬 총재가 올해 임기 3년차를 마지막으로 물러난다. 12월말까지 임기를 두달여나 앞두고 프로야구 10개구단 사장단 모임인 KBO 이사회는 서둘러 차기 총재를 추천했다. 13일 이사회에서 정지택 전 두산 베어스 구단주 대행을 만장일치로 추천했다. 이사회 결정은 일사천리였다. 사전합의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대목이다.

역대로 KBO 총재는 유력 정치인, 기업가 등이 맡았다. LG가의 일원인 구본능 전 총재(희성그룹 회장) 시절부터 향후 KBO 총재는 회원사 오너가 일원이 맡기로 큰 틀에서 합의를 한 바 있다. 이같은 결정 배경에는 향후 정치인 등 낙하산 인사 취임을 원천봉쇄하고 전문적인 야구 업무 영속성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오너가 일원이 총재가 되면 논쟁이 발생할만한 사안에 대해 KBO 사무국이 중심이 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2017년말 구본능 총재의 임기가 끝날 때쯤 차기 총재를 뽑아야 했지만 나서는 선뜻 나서는 그룹이 없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후 구본능 총재는 국무총리, 서울대 총장 출신이자 야구팬으로 유명한 정운찬 현 총재 영입을 주도하게 됐다. 정운찬 총재가 연임 의사가 없음을 일찌감치 밝혔지만 이번에도 각 그룹 오너가에선 난색을 표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그룹 주도로 정지택 전 구단주 대행을 후보로 내세우게 됐다.

신임 총재는 최고 의결 기구인 총회(구단주들 모임)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사회 만장일치 추천으로 모든 인선작업은 사실상 끝났다. 구단주(구단주 대행 포함)들은 문서로 승인을 대신한다. 새 총재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간이다.

야구단 모기업 순수 전문경영인 출신 총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 전 구단주 대행은 행정고시 출신의 관료로 시작, 기업 전문경영인으로 긴시간 활동했다. 최근까지 두산건설 사장과 부회장, 두산 중공업 부회장 등을 지냈고 지금은 두산중공업 고문이다.

2007년 5월부터 2018년까지 두산 베어스 구단주 대행을 역임하고, 야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인사라는 소개가 덧붙여졌지만 선임 과정을 지켜본 야구계는 다소 놀라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고 박용오 전 총재(두산)나 구본능 전 총재(범 LG)는 구단 관련 인사였지만 실제 그룹 오너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특정 구단에 한정되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이번은 다르다. 적임자가 없어 고민을 거듭하다 두산그룹 관계자가 총재를 맡게 됐다. 향후 자연스럽게 각 구단들이 관련 인물들을 내세워 돌아가면서 총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구단 밀착인사가 곧바로 책임 경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찌됐든 오너 적임자가 없어 대리인을 내세운 모양새가 됐다. 또한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통합 마케팅 관련 등 현안을 풀어나가는데도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현재로선 알수 없다.창원=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