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다시 야구인 출신 사장 시대가 열렸다.
SK 와이번스는 14일 신임 대표이사로 민경삼 전 단장(57)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현역 선수 출신으로 코치, 프런트를 거쳐 단장까지 맡았던 그는 KBO리그 최초의 현역 선수 출신 구단 대표이사라는 새 족적을 남기게 됐다. 야구인 출신으로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삼성 라이온즈 사장을 맡았던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장에 이어 두 번째다.
그동안 구단 대표이사 자리는 야구인과 큰 접점을 이루지 못했다. 선수단 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단장 직책과 달리 대표이사의 주 포커스는 경영-마케팅 등 구단 살림살이 쪽에 치우쳤다. 자생구단인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은 모기업 임원 출신들이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모기업과 구단의 연결고리와 비슷한 역할이었다. 기업 임원 출신 인사들의 대표이사직 취임은 합리적 경영과 내실 다지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전문 야구인에 비해 떨어지는 이해도 탓에 내부 의사 결정 및 장기적인 구단의 비전 수립 및 실행에는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부 구단은 1~2년에 걸쳐 대표이사 자리가 바뀌는 등 소위 '거쳐가는 자리'라는 인식이 박히기도 했다.
민 대표이사 이전 유일한 야구인 출신 사장이었던 김응용 KBSA 회장은 삼성 재임 시절 현장 경험이 빛을 발한 케이스였다. 스카우트와 선수 육성에만 집중하면서 삼성의 KBO리그 4연패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뒤를 이어 받은 야구인 출신 사장의 탄생이 이어지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민 대표이사의 행보는 그래서 주목될 수밖에 없다. 지도자 생활 뒤 사장직을 맡았던 김 회장과 달리 민 대표이사는 운영팀장, 경영지원팀장, 운영본부장, 단장 등 프런트 대부분의 업무를 경험했다. LG 트윈스 시절에도 현역 생활을 마친 뒤 코치, 프런트 생활을 한 바 있다. 현장-프런트에서 두루 쌓은 경험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어떻게 풀어낼 지에 관심이 쏠린다.
SK와 민 대표이사의 행보에 따라 '야구인 출신 사장'은 단순한 탄생을 넘어 KBO리그의 새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수 년 전부터 시작돼 어느 정도 정착된 단장직을 돌아볼 만하다. 박종훈 송구홍 양상문 전 단장이나 현재 실무를 맡고 있는 두산 김태룡 단장, LG 차명석 단장, KT 이숭용 단장,KIA 조계현 단장 등 현역 출신 인사들이 성공적으로 직무를 수행해왔다. 현장을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낸 이들의 모습은 선수단 운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고, KBO리그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선수, 지도자 출신 단장들이 꾸준하게 등장하면서 KBO리그의 선수 선발이나 운영, 시장 등이 커졌고, 결과적으로 리그 전체의 질도 어느 정도 올라서는 결실이 있었다"며 "그동안 훌륭한 대표이사들도 여럿 있었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좀 더 깊은 야구인 출신 대표이사도 '선출 단장' 못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단순히 선수-프런트 출신 대표이사가 등장했다고 해서 야구인들이 좋아할 게 아니라, 그에 맞는 경험을 쌓고 공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