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더비'의 브랜드 가치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K리그1 선두 울산 현대 김광국 대표이사(단장)는 마지막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이례적인 '라이브' 미디어데이를 기획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울산은 18일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질 K리그1 25라운드, 파이널 라운드 세 번째 경기에서 '숙적' 포항 스틸러스와 맞붙는다. 안방이 아니라, 포항 원정이다. 통상 미디어데이는 홈경기 홍보를 위해 진행한다. 울산은 2018년부터 3년째 홈경기 전 감독, 선수 기자회견을 통해 '팬 프랜들리' '미디어 프랜들리'를 실천해온 대표적 구단이다. 그렇다 해도, 첨예한 승부의 중심에서 '원정' 미디어데이는 이례적인 시도다.
15일 오후 2시 '동해안 더비 인터뷰 Live'라는 타이틀로 온라인 생방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순주 아나운서의 사회로 울산 현대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TV로 실시간 중계된다. 김도훈 감독, 국가대표 센터백 정승현, 22세 이하 설영우가 참석해 팬들과 취재진이 사전 준비한 질문에 답한다.
울산은 올 시즌 조현우 이청용 등 '대형 영입' 때마다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경'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미디어와 팬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2018년 이후 매년 서울서 개최된 울산-포항의 동해안더비 미디어데이는 유쾌한 입담과 설전으로 이슈가 됐다.
포항은 지난해 12월 1일 리그 최종전에서 14년만의 우승을 노리던 울산을 꺾었다. 시즌 최종전에서 우승을 뺏겼던 2013년 12월 1일의 악몽이 재현되며 울산이 전북 현대에 다득점 1골차 역전우승을 내줬다. 그랬던 '얄미운 이웃' 포항이 올해는 '전북 킬러'로 돌변해 울산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지난 22라운드 전북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고, 덕분에 1위 울산(승점 54)과 2위 전북(승점 51)의 승점차가 3점으로 벌어졌다. 올해 양팀은 FA컵을 포함 삼세 번 맞대결을 펼쳤고 울산이 3전승했다. 이제 우승결정까지 단 3경기(포항, 전북, 광주)만 남은 상황, '우승은 포항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우스개와 함께 마지막 '동해안 더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코로나19로 인해 포항과의 합동 미디어데이는 무산됐지만 김 대표는 기어이 방법을 찾아냈다. 김 대표는 "수도권 팀인 FC서울과 수원 삼성은 늘 슈퍼매치 미디어데이를 한다. 감독이 한마디 하면 엄청 화제가 되더라. 우리도 '동해안 더비'의 브랜드 가치를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울산과 포항의 라이벌전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매년 스토리도 풍성해지면서 많은 팬들이 열광하고 있지만 아직 '그게 뭔데?'하는 분들도 있다. 이청용이 울산에 온 것을 모르는 분도 있다"며 현실을 직시했다.
김 대표는 "올해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면서 더 많은 분들께 K리그에 이런 흥미진진한 매치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라이브 미디어데이를 준비했는데, 준비중 무관중에서 유관중으로 바뀌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포항에 관중이 몰리면 그것도 K리그 차원에서 좋은 일 아니냐"며 웃었다. '슈퍼매치'를 넘어선 '대세 더비'가 됐다는 칭찬에 김 대표는 "손뼉도 마주쳐야 한다. 우리가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포항도 올해 눈부신 성적을 거둬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더비 상대' 포항을 깍듯이 예우했다. "이번 스페셜매치 때 보니 송민규는 정말 기대되는 선수더라. 경기력도 스타성도 갖췄다"고 칭찬하더니 "물론 우리도 설영우 이동경 원두재 박정인 등 좋은 선수들이 잘 성장하고 있다"며 뿌듯함을 전했다.
김 대표는 '동해안 더비'의 발전을 열망했지만, 한때 구름 관중이 몰리던 '슈퍼매치'의 하향으로 인한 반사이익은 단호히 거부했다. 서울과 수원은 올 시즌 처음으로 함께 파이널B로 떨어져 큰 충격을 안겼다. 김 대표는 "슈퍼매치도, 동해안 더비도, 함께 위로 위로 올라가며 경쟁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서울과 수원이 순위와 무관하게 슈퍼매치 때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점은 다행이다. 결국 동해안더비도 잘 되고, 슈퍼매치도 잘돼야 한다. 우리가 한쪽에서 열심히 불을 지피고 있다보면, 서울과 수원도 다시 올라오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슈퍼매치 때 가득 들어차는 모습을 다시 보고싶다"고 했다.
2위 전북과 '살얼음판' 우승 경쟁 중에 원정팀의 라이브 미디어데이가 자칫 부담이 되지 않을까. 괜한 우려에 김 대표가 씩씩하게 화답했다. "우리는 그런 걸 다 넘어서서 우승해야 한다. 안으로 숨어 들어간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이긴다고 장담하고, 자신 있게 설레발도 치고…' 그게 '동해안 더비'의 묘미가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약속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내년 '동해안더비' 땐 꼭 서울로 올라가겠습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