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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내성적이었던 나의 변화"…고아성을 달라지게 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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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한층 밝고 명랑해졌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는, 새로운 얼굴의 고아성(28)이다.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종필 감독, 더 램프㈜ 제작). 극중 이자영 역을 맡은 고아성이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해 개봉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로 죽음과 열사로 박제된 유관순 열사를 옥중에서의 삶을 살아간 인간으로 되살려내 호평과 관객의 극찬을 이끌어냈던 고아성. 그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는 언뜻 평범해보이지만 옳고 그름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자신의 신념과 정직함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주체적 여성의 모습을 다시 한번 그려낸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자영은 삼진전자 생산관리 3부의 상고출신 8년차 사원. 대졸 대리보다 더 뛰어난 업무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토익 점수 600점을 넘으면 고졸 출신이라도 대리로 진급할 수 있다는 공고를 보고 영어공부에 매진하던 중 공장의 폐수 무단 방류 현장을 목격하고, 또 다른 고졸 출신 회사 동료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와 함께 회사가 덮으려는 이 사건을 파헤치기로 마음 먹는다. 이날 고아성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택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밝은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입을 열었다. "작년에 '항거'를 선보이고 나서 뿌듯함도 있었지만, 다음에는 밝고 명랑한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마침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라는 제목부터 독특한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정말 제가 원하던 캐릭터이고 영화의 톤이었다.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어보니까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이 밝고 명랑한 것이 전부는 아니더라. 진중한 메시지와 일하는 사람의 모습도 담겨 있다는 점도 좋았다"고 전했다.

극중 연기한 자영에 대해 고아성은 "오지랖으로 대변되는 명랑한 캐릭터이다"라며 "그 캐릭터의 성격을 강조하는 것 보다는 성격으로 인해 사건이 해결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영이가 처음 회사의 비리를 목격하고 추진력을 가져가는 인물이기 때문에 캐릭터적인 연기보다 끌고가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아성은 자영이라는 캐릭터로 인해 성격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 저는 되게 내성적인 사람이었는데,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외향적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동안 저는 작품들을 통해서 강단이 있고 주체적인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왔다. 그런 캐릭터를 통해 제 가치관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런게 저의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꿔주진 않았는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제가 에너지도 끌어올리고 사람들에게도 많이 다가가면서 바뀌었던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고아성을 중심으로 이솜, 박혜수 세 주연 배우의 케미와 연기 합이 가장 눈부신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고아성은 실제로도 세 배우들이 스스로 합숙을 자처할 정도로 끈끈한 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는데, 지방 촬영을 하면서 셋(고아성, 이솜, 박혜수)이 계속 함께 있다가 촬영이 끝나면 각자의 숙소로 흩어지게 되면 외롭고 쓸쓸하더라. 그러다보니 꼭 내 방에서 다 함께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더라. 다들 씻고 내 방에 와서 수다를 떨다가 함께 잠들고 그랬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PD님께서 그냥 함께 지내라고 한 방을 주셨다"며 웃었다.

이솜, 박혜수와 연기 호흡은 처음이라는 그는 "솜 언니는 전 소속사가 같았다. 그때 언니를 만났을 때부터 꼭 한번 같이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3년만에 한 작품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 혜수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는데, 혜수가 'K팝스타' 나왔을 때부터 정말 좋아했다. TV만 보더라도 이상하게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데 혜수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스윙키즈'에서 정말 영어 연기를 정말 쿨하게 잘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걸 보면서 언젠가 나도 영어 연기를 하게 되면 참고해야지라고 생각했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연기 스타일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저를 포함해 셋이 정말 스타일이 다르다"고 입을 연 그는 "솜 언니는 정말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다.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대사가 없는 신에서도 대사를 만들어 오기도 하더라. 그 부분이 정말 멋있다"고 말했다. 이어 "혜수는 자신의 연기처럼 실제로도 정말 쿨한 사람이더라. 본인이 가진 담백함이 연기에도 묻어나는 사람이었다"라며 "보람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쉽지 않은 역할이지 않나. 전형적인 이과 여성임에도 반대로 감성적인 개인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지 않나. 그런 인물을 정말 멋지게 연기하더라"고 덧붙였다.세 여성이 중심이 돼 이끄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비롯해, 최근 연이어 여성 중심의 영화들. 고아성은 이 같은 영화계 분위기를 반겼다. "3~4년 전에는 정말 여성이 유의미하게 나오는 영화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정말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불만은 못할 것 같다"라는 고아성은 "많은 제작자분들과 관계자분들이 노력을 하고 계시고, 이제 저와 같은 배우들이 할 일은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드는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영화도 정말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제가 가지는 바람은, 여성이 선두에 서서 승리하는 작품만이 나오는 걸 원하는 건 아니다. 제가 원하는 건, 여성 캐릭터가 유의미하게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것이다"라며 "꼭 제가 출연하는 작품이 아니더라도, 항상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인물이 얼마나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 보는 편이다"고 말했다.

세 여성이 중심이 돼 진행되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그럼에도 고아성은 이 영화가 '여성 영화'라는 카테고리에만 국한되는 작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저희 영화를 여성 영화라고 강조하기에는 김원해 선배님, 조현철 씨 등 정말 훌륭한 남성 배우분들이 많이 나온다. 여성영화라고만 한다면 그분들의 노력이 지워지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특히 김원해 선배님은 자영 캐릭터를 만드는데도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주셨다. 예를 들어 '전화를 받을 때 꼭 왼손으로 전화를 받아라. 그 당시 일하시던 분들은 모두 왼손으로 전화를 받고 오른손으로 메모 펜을 잡았다'라고 말씀 해주시는 등 디테일한 조언과 아이디어를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요트 항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tvN 예능 '바닷길 원정대'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고아성. 직접 요트 자격증도 취득했다는 그는 "원래 운전하고 조종하는 걸 좋아했다. 너무 광활한 여행이라서 너무 아득하게 느껴지는데, 다신 없을 모험이었다. 좋은 분들과 익스트림한 여행을 한다는게 쉽지 않은 기회이고, 너무 알차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 "솔직히 심심했다. 코로나 이후에 준비하던 프로젝트, 영화가 두 개나 엎어져서 마음이 침체됐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에 지체없이 뛰어들었다"며 웃었다.

이어서 코로나19 시국에 안타까운 마음도 드러냈다. "저도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그 횟수가 줄어드니까 관객으로서 안타까웠다. 그러다가 이렇게 영화를 내놓는 입장이 되니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이렇게 힘든 시기에 웃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전국노래자랑'(2013), '도리화가'(2015)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아성, 이솜, 박혜수, 김원해, 박근형, 백현진, 데이비드 맥기니스, 조현철, 이성욱 등이 출연한다. 21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