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뮤지컬 '재인폭포' 올리는 박철호 경기뮤지컬협회장 "후배들에게 기회 주고 싶다"

by

"40년 가까운 배우생활 동안 크나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사랑을 이제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한국뮤지컬협회 경기지회 박철호 회장. 무대와 TV에서 여전히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현역이라 그런지 '회장님'이라는 호칭이 영 어색하기만 하다.

그가 이끄는 경기지회가 오는 22일 경기 연천 수레울아트홀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공연 한 편을 올린다. 창작뮤지컬 '재인폭포' 시범공연이다.

'재인폭포'는 경기 연천군에 있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의 명승지 중 하나다. 연천군은 2019년 임진강 유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데 이어 지난 6월 한탄강 유역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승인되는 경사를 맞았다. 이를 기념해 올해부터 2023년까지를 '연천 방문의 해'로 정하고 경기문화재단, 경기지회와 손잡고 관광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뮤지컬 제작에 나섰다. '재인폭포'가 바로 그 첫 결과물이다.

"올해 쇼케이스 형식의 공연을 선보인 뒤 내년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 출품할 생각입니다. 2022년에는 서울에서 공연을 올리고, 그 뒤엔 20~30분짜리 '실경(實景) 뮤지컬'로 제작해 폭포 앞에서 주말 상설 무대를 열 예정입니다."

3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뮤지컬 '재인폭포'는 도시의 젊은 여자 '지유'와 연천 토박이 '말숙'이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박회장이 예술감독을 맡고, 오은성 프로듀서, 서병구 안무가, 김도형 연출 등 베테랑 스태프가 참여한다. 여기에 중견 김재만을 비롯해 10여 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박회장은 서울예술단 뮤지컬감독 출신으로서 80여 편의 뮤지컬에서 주인공을 맡았으며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과도 친숙하다. 지난 1995년 제1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징게맹게 너른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98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뮤지컬의 발전을 함께 해온 '산 역사이자 산 증인'이다. 여전히 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가 왜 이런 '험난한' 일에 뛰어들었을까.

"한 해 뮤지컬과 졸업생이 전국적으로 약 3천명 정도 됩니다. 경기도에만 뮤지컬과가 7개가 있고, 400~500명의 졸업생들이 해마다 배출됩니다. 문제는 그 젊은이들이 갈 데가 없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산업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역시 중앙 집중이 심하다. 요즘 대형 뮤지컬 오디션에는 3천명 이상이 몰린다. 이렇다보니 경력이 일천한 젊은 지원자들은 서류심사에서 떨어지기 일쑤다.

"선배로서 이런 젊은 후배들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런 친구들에게 최소한의 기회라도 줘야 하지 않을까, 뭔가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재인폭포'가 그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재인폭포'처럼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컨텐츠를 개발하면 지역은 문화예술 컨텐츠를 보유하게 되고, 지역의 졸업생들은 무대에 설 기회를 갖게 된다. 경기도만해도 28개 시와 3개 군이 있다. 박 회장은 "경기문화재단과 협력체계 구축해 함께 또다른 지역 컨텐츠를 개발하고, 아울러 지역내 대학의 뮤지컬과와도 유기적 연계를 맺을 방침"이라면서 "휼륭한 관광 컨텐츠를 탄생시키면서 동시에 젊은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엄청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박회장의 원대한 꿈은 이제 첫 발을 떼고 있다. 그러기 위해 경기협회의 체질을 강화해야한다는 숙제가 그의 앞에 놓여 있다. 예산과 상설공간도 확보해야 하고,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다져야 한다.

"평생 뮤지컬인의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이런 자긍심을 후배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재능있는 친구들을 발굴해서 트레이닝을 통해 훌륭한 배우로 만들어 좋은 작품에서 활약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저의 소명이자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