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팀이 2년 연속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내 책임도 있다. 올시즌을 마칠 때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3연승, 같은 기간 평균자책점 0.69. 소속팀 한화 이글스의 상승세를 이끈 맹활약에도 워윅 서폴드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올해만큼 그 수식어가 간절한 해가 없었다. 서폴드는 그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감을 사무치게 느끼고 있다.
서폴드는 9승13패,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중이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16위에 그쳤다. 그나마 최근의 활약으로 끌어올린 것. 7~9월에 걸친 긴 부진을 겪었고, 약 2주간의 휴식을 취한 뒤 9뭘말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올시즌은 유독 토종 선발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인 한 해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이하 스포츠투아이 기준) 투수 1위 댄 스트레일리(6.81, 롯데 자이언츠)부터 8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76, KT 위즈)까지, 톱8 중 구창모(NC 다이노스)를 제외한 7명이 외국인 에이스다. 각 팀의 가을야구 경쟁을 이끈 힘이다.
반면 서폴드의 WAR은 1.34에 불과하다. 지난해(4.49)에 비하면 깜짝 놀랄 만큼 내려앉은 수치다. 3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풀시즌을 소화한 외국인 투수들 중 서폴드보다 낮은 WAR을 기록한 선수는 타일러 윌슨(1.16, LG 트윈스), 리카르도 핀토(0.48, SK 와이번스) 정도다. 팀내에서도 강재민(1.60), 김민우(1.57)에 뒤처졌다. 채드벨, 제라드 호잉 등 같은팀 외국인 동료들의 부진에 묻힌 부분이 있다.
고점만큼은 확실하다. 개막전부터 완봉승을 거뒀고, 지난해 7월 13일부터 올해 5월 28일까지 1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한화 불펜이 초토화 상태였던 5~6월,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자 하는 서폴드의 분투는 눈물겨울 정도였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피로도가 쌓여있다. 서폴드는 지난해 192⅓이닝을 소화. 조시 린드블럼에 이어 이닝 부문 2위였다. 올해는 153⅓이닝으로 이 부문 7위에 올라있다. 서폴드는 한화의 잔여경기 13경기 중 3번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경기당 평균 5이닝만 소화해도 2년간 360이닝을 넘기게 된다. 투구수로 보면 서폴드의 피로도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2년간 서폴드의 투구수는 5674개. 같은 기간 활약한 투수들 중 단연 1위다.
9월 중순 피로 누적을 호소한 끝에 2주간의 휴식도 받았다. 복귀 이후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1.48로 반등은 이뤄냈다. 하지만 직구 평균 구속은 140㎞를 밑돌고 있다. 체인지업의 비율도 40%를 넘나들만큼 높아진 상황.
이에 대해 최원호 감독대행은 "서폴드가 구속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제구에 집중하고 있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경기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폴드도 "올스타 브레이크가 없다보니 팔에 피로도가 많이 쌓였었다"고 인정하는 한편, 최근의 활약에 대해서는 "난 구위로 압도하기보단 존을 잘 활용하고, 구속에 변화를 주면서 타자들을 흔드는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우리 팀이 정말 힘든 한해를 보냈다. 내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후반기 들어 팀의 퍼포먼스가 많이 올라온 게 긍정적이다. 김민우는 앞으로 KBO리그 선발 톱5가 될 수 있는 선수다. 김진욱도 주목해 달라"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한화가 잔여 1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정상 로테이션을 소화할 경우 서폴드는 3경기 정도 더 등판할 수 있다. 1승만 더 추가하면 2년 연속 10승, 팀내 유일한 10승 투수가 된다. 다만 경기당 평균 5이닝 이상 소화한다고 보면, 2년간 360이닝을 넘어선다. 투구수도 6000구에 거의 근접하게 된다.
외국인 선수로선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현실적으로 재계약 확률이 높아보이진 않다. 예전 같았으면 고민이 그리 깊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내년 외국인 선수 수급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서폴드는 이미 2년에 걸쳐 검증된 선수다. 서폴드의 속내가 궁금해졌다.
"코로나 때문에 시즌이 길어진데다, 작년과 달리 가족을 만나지 못해 심적으로 힘들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재충전을 하면서 내년에 대해 고민할 생각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