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유아인(34)이 "텅 비어있는 시나리오에 새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범죄 영화 '소리도 없이'(홍의정 감독, 루이스픽쳐스·BROEDMACHINE 제작)에서 범죄 조직의 소리 없는 청소부 태인을 연기한 유아인. 그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소리도 없이'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소리도 없이'는 범죄 조직을 돕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린 채, 묵묵히 자기 일을 해 가며 살아가는 두 남자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극악무도한 사건을 일상적인 톤으로 담아내고 또 기존 선악의 잣대와 신념을 비틀고 꼬집으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기존의 범죄물의 틀을 깬 새로운 스토리와 전개, 명배우들의 열연으로 폭발적인 호평을 얻으며 10월 기대작으로 급부상한 것.
여기에 '소리도 없이'는 유아인, 유재명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과 환상의 케미스트리로 명작을 완성했다. 특히 장르와 시대를 불문하고 인상 깊은 연기와 대체 불가 존재감으로 독보적인 캐릭터 계보를 써 내려가고 있는 유아인은 '소리도 없이'에서 말없이 묵묵히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태인으로 변신, 데뷔 이래 최초 대사 없는 연기에 도전했다. 삭발 투혼은 물론, 15kg의 체중 증량까지 외적인 변화를 꾀한 것은 물론 유괴한 소녀 초희(문승아)를 향한 불안함과 연민을 섬세한 눈빛과 세밀한 몸짓으로 표현, 흡입력 있는 캐릭터를 완성하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고했다.
이날 유아인은 "홍의정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나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있다면 그의 이야기를 지켜내고 싶었다. 관객에게 더 잘 전달하는 것이, 그 자체가 전과 달리 생각하는 책임감인 것 같다. 과거에는 내 배역만 지키는 게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전반에 걸친 과정이, 다른 책임이 생겨나는 것 같다. 그 책임을 감당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럴 만한 작품이 생겨 할 수 있었다. 잘 해보려고 노력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대사가 없는 캐릭터를 시도한 것에 "시나리오에 내 대사는 텅 비어있었다. 감정이나 지문이 표시된 것도 있었지만 '상황 속에 내가 있긴 한건가?' 싶을 정도로 비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도 홍의정 감독은 묘한 디렉션을 줬다. 레퍼런스 영상으로 고릴라 영상을 줬는데 그런 부분이 단서가 되어 준 부분이 있다. 동물적이고 순수한 것들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게, 다른 게 좋아'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럼에도 대사가 없는 것만으로 새롭고 다르게 느껴진 작품인 것 같다. 영화라는 게 소리와 빛으로 만드는 것인데 소리라는 콘셉트 자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고자 하는 이 감독의 의지 자체가 영화 안팎으로 작용하면서 굉장히 도발적인 선언처럼 느껴졌다. 이런 소재를 만드는 게 쉬운 개념은 아니다. 제목만 봤을 때 '감히 이런 이야기를?' 생각한 것 같다. 실험적이고 두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몸을 싣어보자 싶었다"고 덧붙였다.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아인, 유재명, 문승아가 출연하고 홍의정 감독의 첫 상업 영화 연출작이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U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