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삼성 라이온즈.
다시 시선은 내년 시즌으로 넘어가고 있다. 5년째 되풀이 되고 있는 실패의 도돌이표.
보다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비워야 할까.
막연한 접근으로는 암흑기를 탈출할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우선, 홈 팩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삼성의 2021 시즌 플랜의 최우선 순위는 마운드 구축이다. 선발과 불펜진의 안정화다.
힘이 있었던 시즌 초중반 선발과 불펜진은 제법 유기적으로 돌아갔다. 젊은 투수들이 힘있는 공을 뿌리며 파란을 예고했다. 하지만 여름 승부에서 힘이 빠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확신 없는 공으로 타자 친화적인 라이온즈파크 마운드에서 버티기란 쉽지 않았다. 수치가 이를 입증한다.
삼성 투수들은 안방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라팍에서의 팀 평균자책점은 5.15, 8위다. 에이스 뷰캐넌 조차 홈인 라이온즈파크 평균자책점(4.22)에 비해 원정 경기 평균자책점(2.54)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삼성 투수들. 라팍을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정 경기 팀 평균자책점은 4.51로 NC 다이노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홈런이 잘 나오는 안방에서 벗어나면 편안함을 느꼈다는 방증이다.
특히 삼성 투수들은 투수친화적인 잠실구장에서 유독 강했다. 잠실 16경기에서 2.76의 평균자책점으로 단연 1위다. 2위 두산의 3.76에 비해 1점을 앞서는 수치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8승1무7패)과 LG(9승7패)를 상대로 비교 우위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맞혀 잡는 유형인 최채흥은 잠실 4경기에서 1.17의 평균자책점으로 유독 강했다. 데뷔 첫 완봉승도 잠실에서 완성했다.
최채흥 뿐 아니라 대부분 삼성 투수들은 드넓은 잠실구장에서 자기 공을 마음껏 뿌렸다. 결과도 좋았다.
반면, 라이온즈파크에서는 위축됐다. 완벽한 승부를 펼치려다 불리해진 볼카운트를 만회하려 들어간 공을 통타 당했다. 악순환이었다.
쉽게 홈런이 터지는 라팍에서 경기를 하던 투수들은 잠실 마운드에 서면 상대적으로 더 큰 편안함을 느꼈다. 좋은 결과로 이어진 배경이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찌해야 할까.
해법은 분명하다.
삼성은 타선의 화력이 좋은 팀은 아니다. 거포도 많지 않다.
반면, 젊은 투수들은 매 시즌 성장중이다. 투고타저가 뚜렷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펜스를 멀리 밀어야 한다. 직각의 펜스를 둥글게 만들어 홈런이 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만약 구조변경이 불가능하다면 해법은 단 하나, 타선을 강화 밖에 없다.
투수가 장타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 이유는 장타 한방으로 뒤집힐 지 모르는 타이트한 경기 상황 때문이다.
반대로 타선이 장타를 통해 넉넉한 점수 차를 벌려주면 투수는 좁은 구장에서도 자기 공을 뿌릴 수 있다.
삼성 타선은 타자친화적인 라팍을 쓰고 있지만 팀 홈런 114개로 전체 8위에 그치고 있다.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는 셈이다.
타자친화적 구장을 바꿀 수 없다면 거포 영입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외국인 선수 뿐 아니라 트레이드나 FA 시장을 통한 외부 영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번에도 홈구장 팩터에 맞는 변화에 실패할 경우 삼성의 2021년 도약은 장담하기 어렵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