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마무리는 시즌 끝나고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네요."
KT 위즈는 올 시즌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11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연장 10회말 5대4 끝내기 승리를 거둔 KT는 연패를 끊고 단독 3위 자리를 지켰다. LG 트윈스의 상승세로 2위에서는 한 단계 밀려났지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2위 싸움을 펼친다는 계산이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중대한 상황 속에서도 한가지 고민을 찾자면 '마무리 투수'다. 현재 KT는 마무리 투수가 뚜렷하지 않다. 개막 때에는 지난해 17세이브를 거뒀던 이대은이 마무리 투수로 시작했지만,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 끝에 보직을 이동했다. 이후로는 김재윤이 뒤를 지켰다. 다시 마무리로 복귀한 김재윤은 현재까지 올 시즌 19세이브를 챙겼다. 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KT가 후반기 스퍼트를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김재윤의 선전이다. 만약 이대은이 무너진 후 김재윤까지 뒷문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면, 지금같은 '뒷심 야구'는 수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더 멀리 바라보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마무리 투수에 대해서는 올 시즌이 끝난 후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당장은 대안이 없다"고 했다. 이대은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불펜보다는 선발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즌 초반 엔트리에서 말소돼, 약 3개월 이상을 2군에서 교정 시간을 거친 이대은은 현재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중간에서는 안될 것 같다. 마무리는 쉽지 않다. 이대은은 구위가 좋지만 언제 볼을 던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대은이 컨디션만 좋다면 가지고 있는 공의 힘이 좋지만, 불안정한 제구가 문제다. 마무리로 쓰기에는 팀에 미치는 데미지가 크고, 선수 본인도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선발을 생각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그래도 최근 이대은의 구위가 다시 살아났다. 포크볼도 많이 좋아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재윤으로 마무리를 계속 끌고 가기에도 부담이 된다고 보고 있다. 김재윤은 20세이브에서 1개 남겨두고 지난 9월말 엔트리에서 제외됐었다. 2경기 연속 실점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인 후의 결정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 공이 자꾸 안눌러진다고 한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휴식을 주는 게 나을 거라고 이야기해서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김재윤은 열흘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연습 투구를 거쳐 지난 주말 홈 두산전을 앞두고 복귀했다. 그러나 9일 경기에서 아웃카운트 2개 잡는 동안 홈런 1개 포함 3안타 2실점하면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이강철 감독은 "김재윤을 당분간 편한 상황에서 쓸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김재윤 역시 마무리 보직에 대한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장기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T는 올 시즌 주 권, 유원상, 이보근 등 필승조의 맹활약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마무리 고민은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시즌 후 전력 보충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당장 마무리로 쓸 수 있는 불펜 투수 중 합류할 수 있는 자원을 찾기 힘들다. 일단 남은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는 현재의 필승조로 최대한 막아내고, 시즌 종료 후 마무리 고민은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