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강력한 구위를 지닌 완투형 투수가 극히 드문 요즘 '200(이닝)-200(탈삼진)' 클럽을 노리는 투수도 사라지고 있다는 건 슬픈 일이다. 최동원-선동열 시대, 송진우-정민철 시대를 즐겼던 야구팬이라면 에이스 선발투수의 압도적인 시즌이 가끔은 그립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 200-200을 마지막으로 달성한 투수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다. 류현진은 2006년 동산고를 졸업하고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18승6패, 평균자책점 2.23을 올리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사실 그보다는 201⅓이닝 동안 20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역대 최연소로 200-200 클럽에 가입했다는 게 더욱 놀라웠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만 19세 신인이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단번에 KBO리그를 점령했으니 이후 7년간 지속된 '류현진 시대'는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
회원이 8명(합계 10회 달성) 뿐인 200-200 클럽은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 장명부가 개설했다. 재일교포 출신인 그는 그해 427⅓이닝, 220탈삼진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1984년에는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이 284⅔이닝, 223탈삼진으로 두 번째 회원이 됐다. 1985년 삼성 라이온즈 김시진(269⅔이닝, 201탈삼진), 1986년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262⅔이닝, 214탈삼진) 등 에이스라면 하루 이틀 쉬고 또 등판하던 시절 200-200 클럽 회원은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200-200 기록은 1990년대 3번 나오는데 그쳤고, 2000년대에는 2001년 SK 와이이번스 외국인 투수 페르난도 에르난데스(233⅔이닝, 215탈삼진)와 2006년 류현진 밖에 없다. 류현진 이후로는 완투형 투수, 탈삼진형 투수가 급격히 사라졌다. 투수의 분업화에 따른 불펜 의존도 증가, 선발투수에 대해 이닝보다는 시즌 관리를 중시하는 구단들의 인식 변화가 그 요인으로 꼽힌다. 투구이닝만 보더라도 200이닝 투수는 2017년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가 마지막이다.
그러나 올시즌 14년 만에 200-200 투수가 나올 지 시즌 막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200이닝과 200탈삼진을 향해 막판 스퍼트에 나선다. 스트레일리는 12일 현재 28경기에서 176⅔이닝을 던져 178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투구이닝은 KT 위즈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1경기 190이닝)에 이어 2위, 탈삼진은 2위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157개)에 21개나 앞서있는 압도적인 1위다. 탈삼진 타이틀은 확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200이닝까지는 23⅓이닝, 200탈삼진에는 22개가 남았다. 그가 남은 시즌 등판할 수 있는 최대 경기수는 4개. 일단 13일 부산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전에 등판해 6연승과 함께 시즌 13승에 도전한다. 이후 5인 로테이션을 그대로 따르면 18일 NC 다이노스전, 24일 두산전, 정규시즌 최종일인 30일 KIA전에 출전할 수 있다. 올시즌 선발로 평균 6⅓이닝을 던지고 6.36개의 삼진을 잡았으니, 남은 4차례 등판에서 200이닝, 200탈삼진을 충분히 넘길 수 있다.
다만 롯데가 순위 싸움을 포기할 경우 스트레일리가 마지막 경기에도 나설 지는 미지수다. 200-200 기록에 의미를 둔다면 굳이 포기할 까닭은 없다. 스트레일리는 7월 초까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지금 다승왕 경쟁에서 처져있을 뿐이지, 구위와 제구력, 경기와 시즌 운영에서 올시즌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