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했지만, 여러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공격 옵션이었다.
우리은행은 10일 청주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개막전에서 청주 KB스타즈를 71대68로 눌렀다.
예상 외였다.
KB는 여전히 강했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였다.
고질적 족저건막염으로 박혜진은 1쿼터 부상으로 코트를 나갔다. 김정은의 밸런스도 좋지 않았다.
전반은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두 팀 모두 선수들의 비시즌 훈련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3쿼터부터 양팀의 경기력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접전이 펼쳐졌다. 최고의 승부처는 67-65, 우리은행이 2점 차 리드를 잡은 경기종료 1분12초 전이었다.
우리은행이 도망가자, 박지수를 앞세운 KB가 끈질기게 추격. 우리은행의 공격이었다.
의외의 장면이 펼쳐졌다.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우리은행 선수들의 좌우로 붙었다. 가운데가 텅 비었다. 가운데서 볼을 잡은 선수는 박지현이었다. 수비수는 최희진. 우리은행의 승부처 패턴은 박지현의 가운데 1대1이었다.
여기만 보면 상당히 단순하다. 하지만, 백그라운드를 고려하면 상상하기 쉽지 않은 장면이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박지현에게 승부처 공격 옵션을 맡긴 것이었다. 코트에는 베테랑 김정은도 있었고, 개인 최다득점을 올린 김소니아도 있었는데 말이다.
박지현은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위 감독은 항상 박지현을 다그친다. 연습 때나 실전 때나 마찬가지다. 세밀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한다. 실제, 박지현은 수비와 체력에서 문제가 있고, 코트에서 이런 약점에 의한 미숙한 플레이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확실한 장점이 있다. 사이즈 대비, 빠르고, 드리블 능력이 좋으면, 골밑 돌파 시 상당히 위력적이다.
일단, 김정은은 3쿼터 슈팅 감각을 찾긴 했지만, KB에 가장 강한 수비수가 붙어있다. 그 상태에서 공격 확률은 떨어진다.
이 상황에서 공간만 열어준다면, 박지수의 벽을 넘어야 하는 김소니아의 공격보다, 수비가 약한 최희진을 상대로 한 박지현의 돌파가 더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우리은행 벤치는 판단했다. 때문에 박지현에게 공격 옵션을 줬다.
박지현은 능숙하게 드리블 기술을 선보이며, 날카로운 돌파로 2득점. 사실상 승패에 쐐기를 박았다. 위성우 감독은 "박지현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런 장면 때문에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승부처에서 공격 옵션을 준다는 의미는 상당하다. 가장 확실한 공격 루트, 혹은 절대적 에이스에게 주는 옵션이기 때문이다. 즉, 벤치의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장면이다.
박지현의 장, 단점은 분명하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박지현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공간을 만들고 세심한 배치를 했다. 단점의 보강을 위해서는 타협없이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유망주는 이렇게 키워야 한다. 청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