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건 모든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요즘 선수들이 너무 타격에만 신경쓰는 것 같다."
SK 와이번스 박경완 감독대행이 후배들에게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K는 올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떨어지면서 일찌감치 내년 시즌을 대비한 선수단 운영을 했다. 주전 선수들의 잦은 부상이 원인이 되기는 했지만 가능성있는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하면서 유망주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외야에 선수들이 많다. 올해 대졸 신인 최지훈이 톱타자로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고 여기에 오준혁과 오태곤 김경호 등이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한동민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라 아직 외야에 여유가 있지만 내년시즌엔 한동민 고종욱 등이 정상적으로 출전하게 되면 자리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박 대행은 오준혁 등 타격이 좋으나 수비가 약한 선수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타격은 기복이 있다. 수비가 뒷받침이 안되면 주전으로 나서기 힘들다"라면서 "요즘 선수들을 보면 오로지 타격쪽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야구 선수를 오래할 수 있는 바탕은 수비다. 수비가 받쳐주지 않으면 타격만으론 오래 할 수 없다"라고 따끔하게 얘기했다.
오준혁 같은 케이스가 타격이 좋지만 수비가 약한 케이스다. 오준혁은 9일 광주 KIA전서 좌익수로 선발출전했다. 이날 KIA 선발이 사이드암인 임기영이라 전략적으로 선발로 출전한 케이스. 좌익수로 나가게 된 것은 고종욱의 발목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박 대행은 "오준혁이 타격쪽으로 능력을 가진 선수다. 하지만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자기 수비 위치 하나를 잡아야 한다"면서 "수비가 약하면 대타나 지명타자 정도밖에 못하는데 타격이 월등하게 뛰어나지 않는 이상 팀에 지명타자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많다"고 오준혁이 수비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박 대행은 "나의 기준은 수비다. 타격은 기복이 있지만 수비는 그러지 않다"라며 "김강민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이유 중 하나가 수비다. 김강민이 타격이 엄청나게 뛰어나지 않음에도 지금까지 뛰는 것은 수비 능력 덕분이다. 방망이는 언젠가는 떨어진다"라고 했다.
또 하나 얘를 든 선수는 박성한이다. 올시즌 중반 상무에서 제대한 뒤 돌아와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다. 박 대행은 "박성한도 방망이 때문에 내는게 아니라 수비 때문이다"라면서 "출전하면서 방망이까지 좋으면 진짜 좋은 것이지만 우선은 수비다"라고 수비를 강조했다. 박 대행이 오태곤을 주목하는 이유도 그 때문. 우타자로서 좋은 타격에 준수한 수비 능력까지 갖췄다.
박 대행은 "지명타자는 어느 팀이든 많다. 살아남으려면 모든 선수들이 디펜스를 먼저 생각하면 좋겠다"라고 다시 한번 후배들에게 수비의 강조성을 말했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