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블을 치는데 길이 보이더라."
송민규가 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벤투호(A대표팀)와 김학범호(U-23)의 스페셜매치 1차전(2대2무)에서 후반 5분 짜릿한 동점골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송민규는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빛나는 토종 공격수다. 지난 시즌 27경기에서 2골-3도움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송민규는 올 시즌 24경기에서 10골-5도움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한교원(전북·10골)과 함께 토종 선수 최다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가장 유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송스타'라는 별명처럼 태극마크 데뷔전에서 그는 반짝반짝 빛났다.
송민규는 이날 김학범호의 왼쪽 윙어로 선발출전했다. 등번호 7번을 달고 조규성, 조영욱과 스리톱을 구성했다. 김학범호가 전반 14분 벤투호 이주용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0-1로 밀리던 상황, 송민규는 후반 시작과 함께 번뜩였다. 소집 직전 K리그1 24라운드에서 '절대 1강' 전북의 골망을 뚫어내며 깜짝 승리를 이끌었던 영건, 송민규는 태극마크 데뷔전에서도 거침없었다. 후반 4분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쏘아올린 오른발 대포알 슈팅이 골대를 벗어났다. 포기하지 않았다. 분명, 골의 전조였다. 30초만인 후반 5분, 송민규가 선배 수비수들을 뚫어내며 쏘아올린 왼발슈팅이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동점골도 동점골이지만 골 장면에서 자신을 막아선 선배 수비수들을 보란듯이 돌파하며 침착한 슈팅까지 밀어넣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돌파와 탈압박, 거침없는 슈팅 등 자신의 장점을 200% 발휘했다.
그러나 경기 후 김학범 감독과 기자회견에 나선 송민규는 "부족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데뷔전, 데뷔골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감독님이 주문하신 부분을 긴장해서 못보여드린 것이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더 잘해야한다. 올림픽을 그래야 갈 수 있다. 경기장에서 자신감 있게 하되 더 세밀하게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왜 자꾸 못했다고 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골보다 감독님이 주문하신 부분을 새겨듣고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제 첫번째 목표였다. 경기를 뛰면서 저 때문에 뛰는 선수들이 체력 소모가 크다는 걸 알았다. 골을 넣었지만 경기력 부분에서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선배 수비수들을 돌려세운, 거침없던 골장면을 복기하는 대목에서, '송스타' 송민규 특유의 자신감이 돌아왔다. "드리블을 치면서 길이 보였다. 수비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제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게 골로 연결됐다." 패기만만, 송민규다운 대답이었다. 아래는 송민규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전문이다. 고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데뷔전 데뷔골 소감,
▶감독님이 주문하신 부분 긴장해서 못보여드린 것 죄송하다. 오늘 경기로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을 새겨서 완벽한 경기를 해야할 것같다.
-김학범 감독님은 송민규의 태극마크 데뷔전 어찌 보셨는지
▶첫소집에서 첫 발 맞췄다.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경기스타일, 템포같은 부분이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면 갈수록 더 발이 맞아들 것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로 기대한다.
-송민규 선수는 올림픽 가고 싶다는 이야기 해왔다. 오늘 활약이 도움 될까.
▶많이 생각해왔고, 올림픽에 가려면 감독님이 원하시는 스타일 맞춰야 한다. 아직 첫 경기지만 갈수록 더 잘 맞춰야 한다. 그래야 갈 수 있다. 경기장에서 자신감 있게 하되 더 세밀하게 신경써야 한다.
-대표팀 유니폼 출시된 첫경기였다. 유니폼 입어보니 어땠나.
▶처음 입었다. 영광스럽다. 선수들은 옷 이야기보다 오늘 경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직은 부족하다. 결과가 괜찮게 나와서 다행이다.
-자꾸 잘 못했다고 하는데 오늘 잘한 것같은데 왜 그렇게 말하는 건지 궁금하다.
▶첫번째는 골보다 감독님이 주문하신 부분을 새겨듣고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제 첫번째 목표였다. 경기를 뛰면서 저 때문에 뛰는 선수들이 체력 소모가 크다는 걸 알았다. 골을 넣었지만 경기력 부분에서 아쉬웠다.
-(송민규)과감하게 치고 들어간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골 장면을 이야기해달라.
▶(조)규성이 형을 주면 (조)영욱이 형을 줄 줄 알았는데 볼이 제게 왔다. 드리블 치면서 길이 보였다. 수비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제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게 골로 연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