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8일 키움 히어로즈 손 혁 감독의 사퇴. 공식 발표를 보고도 믿기 힘든 놀라운 사건이다.
구단의 공식 발표는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한 자진사퇴"였다.
일련의 과정, 전혀 상식적이지 않았다.
성적 부진으로 인한 시즌 중 사퇴는 돌이키기 힘든 나락의 상황에 나오는 선택이다. 하지만 손 감독 사퇴 당시 키움은 73승 1무 58패로 리그 3위를 기록중이었다. 2위 KT와 불과 1게임 차. 1위 탈환은 어렵지만 충분히 2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포스트시즌에 대망을 노려볼 수 있었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시점. '책임'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자진 사퇴가 아닌 사실상 경질이란 시각이 우세한 이유다.
물론 구단은 감독을 경질할 권한이 있다.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철학에 배치된다면 한 배를 탈 수 없다.
하지만 현장의 리더를 교체하는 과정은 상식적이어야 한다. 예의 또한 갖춰야 한다. 그것이 리더를 통해 자신을 투영한 선수단 전체에 대한 존중이다.
남은 연봉을 챙겨주고 형식적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충분히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단 조차 납득이 가지 않는 결정은 위태롭다. 감독의 책임은 곧 선수단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존중이 없는 경질은 비단 키움 히어로즈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야구에 종사하는 야구인 전체에 대한 예의 차원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지난해 준우승 사령탑 장정석 감독의 갑작스러운 교체에 이은 2년 연속 충격적 사령탑 경질. 히어로즈 구단에 대한 야구인의 신뢰성이 악화될 수 있다.
시즌 12경기를 남긴 데다 포스트시즌 상위 라운드 경쟁이 유력한 팀. 리더십이 흔들리면 하나로 뭉치기 어렵다.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다.
자칫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는 최악의 결정이 될까 우려스럽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