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단점만 보완하려다 보니 장점마저 잃어버렸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은 1년 전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돌아봤다.
손아섭은 지난해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자부심처럼 여겨왔던 3할 타율이 깨졌고, 3년 연속 180안타 기록도 이어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롯데 입단 후 처음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채 시즌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손아섭은 올해 다시 3할 타율에 복귀하면서 롯데의 반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6일에는 KT 위즈가 자랑하는 멜 로하스 주니어를 제치고 수위 타자 선두에 오르는 등 개인 기록도 탄력을 받고 있다.
손아섭은 올 시즌 활약을 두고 "단점 대신 장점을 살리려 했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 때 지난해 왜 실패한 시즌을 보냈는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많이 했다. 타격 매커니즘 쪽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며 "내 장점을 살렸어야 했는데 단점만 보완하려다 보니 장점마저 잃어버린 느낌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장타를 향한 갈증에 얽매였던 자신의 모습도 돌아봤다. 손아섭은 "장타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는 욕심에 히팅 포인트를 바꾸니 전체적인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던 것 같다. 안 좋은 습관이 몸에 베이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어차피 내가 (홈런을) 쳐도 30~40개 칠 수는 없는 선수다. 타석마다 끈질기게 치는 게 내 장점이라고 생각하니 매커니즘이나 생각이 그런 부분으로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히팅 포인트가 앞에 형성돼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무리하게 더 앞으로 가져가다 보니 밸런스가 무너졌다. 훈련으로 극복하고자 했는데, 안 좋은 방향으로 그런 훈련을 하니 습관을 이어갔다. 허둥지둥 했던 시즌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인구보다는 내 문제 아닌가 싶다. 공을 치기 위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내 장점을 살리기 위해 더 노력하니 작년에 안 좋았을 때보다는 나아진 시즌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과 교훈도 숨은 힘이다. 손아섭은 "2012~2013년 수위 타자 경쟁을 했지만 모두 2~3위에 그쳤다. 돌아보면 욕심을 많이 냈던 게 오히려 타석에서 수 싸움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몸에 힘이 들어가니 역효과가 난 부분도 있다"며 "올 시즌 타격 밸런스나 매커니즘이 베스트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결과가 좋게 나오고, 많은 타석을 소화하다 보니 젊었을 때보다는 수 싸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올 시즌 확연하게 줄어든 삼진 숫자를 두고도 "수 싸움이 50%, 히팅 포인트 조정이 50% 정도 작용하는 것 같다. 공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게 삼진율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손아섭의 눈은 오로지 가을야구에 맞춰진 눈치다. 그는 "타격 1위 자리는 하루 만에 무안타-몰아치기 결과에 엇갈릴 정도로 격차가 없다. 아직 경기 수가 많이 남았다"며 "지금 2~7위 간 순위 싸움이 타격 못지 않게 촘촘하게 붙어 있다. 팀이 순위 싸움을 하는 게 타석에서 집중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롯데가 가을야구에 닿을 때 비로소 손아섭의 얼굴에도 미소가 감돌 것 같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