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축하받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되게 아쉽다."
LG 트윈스 박용택이 KBO리그 최초로 통산 2500안타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팀이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그 기쁨을 맘껏 누릴 수는 없었다.
박용택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2-2 동점이던 9회말 1사 1루서 대타로 출전해 우월 2루타를 날리며 대망의 2500안타를 쳐냈다. 통산 2222번째 경기 만에 어느 누구도 정복하지 못했던 고지에 이정표를 꽂았다.
LG는 2-1로 앞선 9회초 마무리 고우석의 난조로 2-2 동점을 허용해 9회말 공격을 하게 됐다. 1사후 유강남이 볼넷을 얻어 걸어나가자 LG 벤치는 9번 구본혁 타순에 박용택을 대타로 내보냈다.
박용택은 삼성 투수 이승현을 상대로 1,2구를 볼로 고른 뒤 3구째 143㎞ 몸쪽 직구를 힘차게 잡아당겨 라인드라이브로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타구를 터뜨렸다. 통산 2500안타의 대기록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잠실구장 전광판에는 2500안타 달성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LG가 9회말 득점을 하지 못하자 곧바로 축하의 자리가 마련됐다. 삼성의 연장 10회초 공격에 앞서 박용택의 2500안타 달성을 기념하는 간단한 행사가 열렸다. 삼성 허삼영 감독과 주장 박해민이 박용택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LG 류중일 감독 등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곧이어 삼성 김용달 타격코치가 따로 나와 꽃다발을 전하며 포옹을 나눴다. 김 코치는 2007~2009년까지 LG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박용택과 깊은 인연을 쌓았다. 통산 2500안타는 메이저리그에서 101명이 달성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7명 만이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LG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2대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9회 박용택의 2루타로 만든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결과였다.
팀은 패했지만, 박용택은 취재진의 요청을 받고 인터뷰 자리에 섰다. 그는 "축하받고 싶지 않아요. 되게 아쉽네요"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박용택은 2500안타를 칠 때의 상황에 대해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느낌이 있었지만, 올시즌 내가 친 것 중 타구 속도가 가장 빨랐기 때문에 넘어가겠다 싶었다"면서 "2,3루가 돼 이기는 게임이 돼야 했는데, 그래서 중요한 경기에서 내가 안타를 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했는데, 그렇게 안됐다"며 연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박용택은 "사실 2500안타를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 주변에서 질문을 받으면 2494안타나 2499안타나 내가 최다안타를 치고 은퇴하는 건데 2500안타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답하곤 했다"면서 "그래도 이병규 코치님을 비롯해 코치분들이 몇 개 남았다고 알려주시고, 감독님도 몇 개 남았냐고 물와봐 주시고 하신 것에 대해 신경써 주시는 걸 덜어드린 것 같다. 감사도 드린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박용택은 또 하나의 대기록도 남겨놓고 있다. 앞으로 2경기에 더 나서면 정성훈이 갖고 있는 통산 최다경기 출전 기록인 2223경기를 넘어서게 된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