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사람들이 가진 시선에 대해, 또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다루고 싶었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는 8살 지능을 가진 어른아이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그의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영화 '돌멩이'(김정식 감독, 영화사테이크 제작).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돌멩이'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 됐다.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리는 기자간담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비대면인 라이브 컨퍼런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라이브 컨퍼런스에는 8세 마음을 가진 30대 청년 석구 역의 김대명, 성당 산하의 청소년 쉼터 소장 김선생 역의 송윤아, 석구를 보살피는 마을 성당의 노신부 역의 김의성, 그리고 김정식 감독이 참석했다.
8살 마음을 가진 어른아이, 10대 가출 소녀, 성당 신부님, 선생님, 그리고 이웃들 등 우리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인물들의 일상이 예기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 전혀 다른 온도로 변해가는 모습을 담은 '돌멩이'. 보는 이들에게 편견과 의심, 믿음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돌멩이'는 현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마녀사냥과 책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로 의미를 더했다.
여기에 '돌멩이'는 '대세' 김대명을 필두로 '웨딩드레스'(10, 권형진 감독)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 컴백한 송윤아, 믿고 보는 '신 스틸러' 김의성, '괴물 신예' 전채은까지 국보급 연기력을 자랑하는 '명품 배우'들의 열연으로 진정성을 높였다. 특히 연극, 영화 무대에서 탄탄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김대명은 출세작인 tvN 드라마 '미생'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전혀 다른 변신으로 또 한 번 관객을 웃고 울린다. 김대명의, 김대명에 의한, 김대명을 위한 '돌멩이'로 다시 한번 인생작을 경신했다.
뜨거운 메시지, 명배우들의 호연으로 무장한 '돌멩이'는 '돌멩이'는 지난 2018년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호평을 받았고 2년 만인 올가을 개봉을 준비하며 관객을 만날 채비에 돌입했다. 물론 '돌멩이'는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개봉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야만 했다. 8월 말에서 9월 9일로 개봉을 연기했고 이 또한 상황이 여의치 않자 9월 30일로, 다시 이달 15일로 개봉을 여러 번 바꾸며 막대한 손해를 입은 것. 우여곡절 끝에 관객을 찾게 된 '돌멩이'가 코로나19 직격타를 받은 극장가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영화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김대명은 "처음 이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이 작품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고민이 컸다. 송윤아, 김의성 선배가 참여한다는 것에 나는 이 선배들만 믿고 잘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지적장애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대해 "고민이 많이 됐던 캐릭터였다. 표현을 할 때 대사가 있으면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었을텐데 느낌이나 상황으로 표현해야 해서 더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편안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지점보다 더 어려웠던 작품이다. 대사를 자유롭게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지만 거기에서 오는 표현법도 있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그는 "내 어렸을 때 모습을 많이 떠올리려고 했다. 내가 8살 때 모습을 되짚으려고 했다. 나에겐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보통보다 다른 친구라기 보다는 내 주위의 8살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8살의 내 모습을 더 찾아보게 됐고 그런 지점에서 캐릭터를 접근했다"고 밝혔다.
송윤아는 10년 만에 스크린 컴백에 "사실 영화를 촬영한지는 꽤 됐다. 3년 전 우연히 '돌멩이'라는 시나리오가 찾아왔다. 그때는 드라마를 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책을 덮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 영화는 내가 하지 않아도 이 작품은 큰 울림과 큰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겠다 싶었다. '참 좋은 시나리오다'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좋은 시나리오가 나에게 와서 믿지 못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게 됐다. 무서운 현실을 덤덤하게 깨끗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며 "복귀라는 말이 황송하고 송구스럽다. 언제나 나를 불러주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기를 했던 사람이다. 송윤아라고 하면 영화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에 익숙한 배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영화로 인사를 드려서 복귀, 소감을 질문받는 것 같다. 이 또한 감사하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좋은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장치가 필요했던 캐릭터는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흐름에 맞게 나를 던지면 되는 그런 인물이었다"며 캐릭터를 설명했고 또 "김선생의 배경이나 김선생의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는 아니다. 나 역시 촬영을 하면서 김선생이 은지(전채은)를 향한 맹목적으로 취하는 태도에 대해 김정식 감독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우리 주변에 실제로 있고 혹여 나 역시도 누군가에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김선생 역시 과거에 상처에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고 의미를 전했다.
김의성은 "영화에서는 깊게 고민하고 이야기했지만 개인으로는 딱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주제가 믿음인 것 같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뤄지지 않는 이성적인 논쟁들을 다룬 작품이다. 나름의 고차원적인 주제가 담겨 있다. 사실 어려운 영화에 미묘한 역할이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김대명이 하루는 술을 마시면서 고민이 있다고 하더라. 김대명의 제안으로 이 작품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소박하게 진실을 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대명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왔는데 함께 작품을 하고 싶었다. 송윤아도 내겐 로코의 여왕이었는데 같이 할 수 있게 됐다. 모든 걸 다 이뤘다"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다.
이어 "매번 악역만 많이 하다 처음으로 사람 같은 모습을 연기했다. '돌멩이'라고 하면 내가 돌멩이를 들고 사람을 때리냐고 묻는 사람도 많더라. 특별히 어떤 역할이라서 어려운 건 없는 것 같다. 다만 내 연기를 보면서 아쉬움도 남고 연기가 어려운 것 같다. 영화 결과물을 보면 부끄럽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도 있다. 다음에는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김정식 감독은 "우리 영화는 진실 찾기 게임을 하려는 은 아니다.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믿음에 대한 불완전함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게 된다. 감정적으로 이미 단죄를 하려는 성향이 있다. 진실의 중요보다 감정의 날선 부분을 표현하려 했던 영화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그는 "제작자와 내 집안에 석구와 같은 가족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녀사냥에 대한 화두가 올랐다. 사람들이 가진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다뤘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돌멩이'는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전채은이 가세했고 김정식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