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5이닝 1실점. 인상적인 선발 데뷔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LG 트윈스 2년차 좌완투수 남 호가 데뷔 첫 선발등판서 호투하며 불안에 빠진 팀 로테이션에 희망의 빛을 던졌다. 남 호는 6일 잠실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게임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동안 1안타를 내주고 1실점으로 틀어막는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지난해 유신고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45순위로 입단한 남 호는 지난 9월 7일 부산 롯데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지난 9월 13일 삼성전까지 3경기에 불펜투수로 등판해 기량을 점검받았다. 그리고 지난 23일 SK 와이번스와의 2군 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1군 선발 준비를 마쳤다.
LG 류중일 감독은 지난 주 "남 호가 다음 주 선발로 나선다"고 예고했던 터. 류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부담감 갖지 말고 편하게 자기 공을 던졌으면 좋겠다"며 "오늘 투구 내용에 따라 일요일 선발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했다. 5이닝을 무난하게 소화했으니 오는 11일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 선발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남 호는 78개의 공을 던졌고, 2-1로 앞선 6회초 진해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직구 구속은 140㎞대 초반을 꾸준히 유지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도 고루 섞었다. 볼넷과 사구를 1개씩 허용했지만, 삼진은 4개를 잡아냈다.
1회 1실점한 뒤 5회까지 15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삼성 선발 벤 라이블리와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갔다.
남 호는 1회초 류 감독이 걱정한 부담감 때문인지 제구력 불안을 드러내며 선취점을 허용했다. 선두 박해민을 2루수 강습 내야안타로 내보낸 남 호는 김호재에게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구자욱마저 풀카운트에서 사구로 내보내 무사 만루에 몰렸다. 그러나 4번 김동엽을 143㎞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안정을 찾았다. 이어 다니엘 팔카에게 희생플라이를 맞고 한 점을 허용한 남 호는 이원석을 144㎞ 직구로 삼진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2회부터는 4이닝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벌였다. 140㎞대 초반의 힘있는 직구를 주로 결정구로 구사했다. 이따금 섞어 던지는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삼성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았다. 무엇보다 스리볼로 몰린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져 삼성 타자들의 배팅을 유도했다. 3회 2사후 구자욱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할 때는 배트가 두동강나기도 했다. 5회 2사후 양우현을 헛스윙 삼진처리할 때는 직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커브를 결정구로 던졌다.
남 호의 주눅들지 않는 과감한 승부와 침착한 볼배합, 안정된 제구력을 확인한 경기였다. 다음 경기도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