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의 5강 도전은 아쉽게 무산됐다. 시선은 이미 2021 시즌으로 옮겨갔다.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시즌이 끝난 건 아니다. 남은 19경기. 매 경기가 중요하다. 실험 속에서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
단단한 토종 선발진 구축 모색은 과제 중 하나다.
삼성의 토종 선발진의 올 시즌은 가능성만 확인한 한 해였다.
힘이 있던 시즌 초반 최채흥 원태인 등 좌우 영건들의 성장 속에 안정감 있게 돌아갔다.
하지만 순항은 오래가지 않았다.
베테랑 좌완 백정현의 부상 이탈과 후반 영건 듀오의 체력 저하 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5강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여름 승부에서 빛의 속도로 밀려났던 원인 중 하나였다.
'선발 자원의 충분한 확보'의 필요성이란 교훈을 얻었다.
이승민(20) 허윤동(19) 등 좌완 영건에게 선발 기회를 주며 테스트 하고 있다. 베테랑 잠수함 김대우(32)의 선발 전환 가능성도 모색했다. 부상으로 두 시즌을 쉰 양창섭(21)도 내년 시즌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고려해야 할 카드가 하나 더 생겼다. 베테랑 불펜 장필준(32)이다.
안정감 있는 토종 선발구축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삼성의 깜짝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장필준은 4일 창원 NC전에 선발 등판, 5이닝 2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교체돼 패전 투수가 됐지만 내용은 인상적이었다.
1회 2사 3루에서의 폭투 실점이 아니었다면 2016년 5월3일 대구 넥센전 이후 무려 1615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무실점 피칭이 가능했다. 막을 수 있었던, 쉽게 내준 결승점이라 아쉬움이 컸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장필준 깜짝 선발 기용의 이유를 설명했다. 허 감독은 "이 선수의 능력을 다시 한번 끌어올려야 하는데 중간에서 타이밍이 없다. 불펜에서 계속 자기 공을 못 던지니까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필준은 올 시즌 불펜 24경기에서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8.18로 슬럼프에 빠져 있다.
장필준 선발은 선수 활용을 위한 반전 카드였던 셈. 허 감독의 역발상이 제대로 통했다.
불펜보다 덜 부담스러운 선발로 나선 장필준은 선발 카드로서 쓰임새를 입증했다.
올시즌 장필준의 불펜 부진은 구위의 문제라기 보다 심리의 문제가 컸다.
장점인 패스트볼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면서 자신감이 저하됐다. 부지불식간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밸런스와 영점이 흐트러졌다.
악순환이었다. 자신의 패스트볼을 믿지 못하니 상대 타자는 변화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부담스러운 위기의 순간 변화구 승부로 장타를 허용해온 이유다. 벤치에서도 "구위는 좋은데…"라며 반전 계기를 찾지 못하는 장필준의 흐름에 안타까움을 표시해왔다.
이번 1165일 만의 선발 등판이 장필준의 야구 인생에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발 변신 능력은 충분하다. 경험이 많은데다 구종도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 다양한 편이다. 투심 패스트볼이나 체인지업 등 반대 궤적의 구종을 추가하면 안정감 있는 선발로 거듭날 수 있다.
때 마침 안정적 토종 선발 구축이 필요한 삼성으로서도 반가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