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마음 같아선 1000승까진 하고 싶다. 야구 감독은 유니폼을 갖춰입지 않나. 그게 내 자부심이다."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이 부임 6년차, 841경기만에 500승을 달성했다. 1991년 김영덕 감독(당시 빙그레 이글스)의 847경기를 29년만에 깨뜨린 KBO리그 최소 경기 500승 기록이다.
김태형 감독에겐 유독 쉽지 않은 한 해다. 2015년 그가 부임한 이래 두산의 정규시즌 순위는 1-1-2-2-1위였다. 외부 FA 영입은 커녕 김현수 양의지 민병헌 등 핵심 선수들을 줄줄이 떠나보내면서도 '화수분' 두산을 이끌고 이뤄낸 눈부신 성과다.
하지만 올시즌 두산은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등과 치열한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때 1위 NC 다이노스를 위협하기도 했지만, 시즌 중반 이후 순위가 완만하게 하락했다. 한때 6위까지도 내려앉았던 두산은 KIA 타이거즈전 2연승을 거두며 한숨을 돌렸다.
김 감독의 500승은 그 와중에 이뤄낸 쾌거라 더욱 특별했다. 그는 지난 400승(662경기)에 이어 또한번 역대 최소경기 승리 기록을 보유한 남자가 됐다. 김영덕 김응용 김성근 김인식 등 전설적인 이름들부터 김경문 조범현 선동열 류중일 등 선배 명장들의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는 햇병아리 시절 자신의 지도했던 윤동균 전 감독,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 했던 김인식 김경문 감독 등의 얼굴을 떠올렸다. 선수단에 고마움을 표하는 한편, "최대한 이기는 경기를 하려고 한다. 힘들겠지만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잘해주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이 500승의 기쁨과 더불어 드러낸 속내는 '유니폼의 자부심'이었다. 정장을 차려입는 타 종목 감독들과 달리 유독 야구 감독은 유니폼에 모자까지, 철저하게 팀의 일원으로 녹아든다. 그는 "유니폼 입고 야구할 때가 가장 좋다"며 거듭 강조했다.
"2015년 부임 첫해는 아무것도 모르고 감독을 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선수단 대부분은 나와 계속 함께 해왔다.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야구는 참 배울게 많은 종목이지만, 분명한 건 야구할 때가 가장 좋다는 거다. 아마 은퇴하신 선배님들도 다들 같은 생각하실 것 같다. 모자 쓰고, 유니폼 입은게 곧 자부심이다."
김 감독이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뭘까. 그는 "적어도 마운드에 투수 달래러 올라가진 않는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공격적으로 해라, 그런 얘길 강한 말투로 한다. 투수도 타자도 현실을 봐야한다. 그전에 잘한 건 이미 과거고, 지금이 실력이다. 예전 잘할 때 실력을 찾으려고 하면 안된다. 지금은 나 자신을 어떻게든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해야한다."
2000년대 들어 두산은 가을야구와 한국시리즈 단골로 군림해온 강팀이다. 하지만 '절대자'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두산은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즈, 이후 SK 와이번스를 거쳐 다시 삼성으로 이어지는 '왕조'를 위협하는 최고의 경쟁자였다.
하지만 김 감독 부임 이후 두산은 KBO리그 최고의 팀으로 거듭났다.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도 3차례나 차지했다. 김 감독은 역대 최소경기 100승(선동열, 169경기), 200승(류중일, 336경기), 300승(류중일, 493경기)까진 2위였지만, 400승을 기점으로 1위로 올라섰다.
김 감독은 감독 생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던 '작년 마지막 경기', 앞으로의 목표로는 '1000승'을 꼽았다. "감독하다보면 승리야 쌓이기 마련이지만, 최소 경기는 매우 의미있는 기록"이라는 소감에는 '두산 왕조'를 꿈꾸는 그의 마음이 담겼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