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무거운 책임감으로 뛰었다."
부산 아이파크 이기형 감독대행은 값진 승리를 챙겼지만 무거운 표정이었다.
조덕제 감독이 사퇴한 이후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이 이날 승리하는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대행이 이끄는 부산은 4일 벌어진 K리그1 24라운드 서울과의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지난 23라운드 강원전 패배 이후 파이널B 첫 승리였다.
경기 후 이 대행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먼저 공을 돌린 뒤 "감독님을 잃은 이후 선수들도,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무거운 책임감으로 경기에 임하자고 다짐을 했고 경기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런 마음을 잊지 않고 남은 경기를 잘 치러야 한다. 오늘 경기는 그런 면에서 뜻깊은 승리"라고 덧붙인 이 대행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이 대행과의 인터뷰 요지.
-4년 전 인천에서 감독대행을 했을 때도 서울을 상대로 첫 경기 승리한 적이 있다.
▶그때 승리했던 기억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은 능력이 있으나 자꾸 이기지 못해서 패배감에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이번에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자신감을 북돋워 준 것이 승리의 요인이다.
-감독이 물러나고 팀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전술적 측면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했나.
▶그동안 공격적인 축구를 많이 하다가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는 면이 보였다. 대화하면서 선수들도 그런 점을 느낀다고 해서 수비적인 부분을 보완했다. 지난 1주일간 협력수비 등 전술적으로 같이 움직이는 훈련을 많이 가졌다.
-4년 전의 큰 부담감과 책임감은 지금도 비슷할텐데 개인적으로 어떤 심정인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이 힘들었다. 4년 전 그때도 어쩔수 없이 대행을 맡았지만 남아 있는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조 감독님이 떠나실 때 마무리 잘 해달라고 하셔서 대행을 결심하게 됐다. 인천 시절보다 더 부담되고 힘들지만 누구든지 이 상황에서 이 자리에 오면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암=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