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지훈(40)은 '악의 꽃'을 통해 도전을 했다.
김지훈은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유정희 극본, 김철규 연출)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악의 끝판왕' 백희성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악의 꽃'은 14년 동안 연쇄살인마 누명을 쓰고 다른 사람인척 살아왔던 남자 도현수(이준기)와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차지원(문채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그 속에서 김지훈이 연기하는 백희성은 14년 전 연쇄 살인사건을 일으킨 실제 범인이자 도현수가 대신 삶을 살아왔던 인물. 존재를 드러낸 후반부부터 김지훈은 백희성으로서 극에 완벽한 흡인력을 선사했다.
김지훈은 2002년 KBS2 드라마 '러빙유'로 데뷔한 이후 다수 드라마에 출연하긴 했지만, 꽃미남 외모 등에 가려 연기력이 보여질 기회는 적었던 것. 이후로도 '결혼의 여신'(2013), '왔다! 장보리'(2014) 등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확고한 연기 변신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배우였지만, '악의 꽃'으로 완벽한 합을 완성했다. 그동안 감량해왔던 체중은 그의 이미지 변신에 힘을 줬고, 장발 헤어스타일도 연일 화제가 됐다. 소름 돋는 연기력도 시청자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충분해 매회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지훈은 28일 서면을 통해 '악의 꽃'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지훈은 '악의 꽃'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많이 깼다. 초반 '잘생김'이 더 많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연기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김지훈은 '잘생겼다'는 시청자들의 평가에 대해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것"이라면서도 "다만 제가 듣고 싶은 칭찬을 들었을 때가 더 기분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외모적인 칭찬보다는 연기적인 칭찬을 들을 때가 더 기분이 좋다. 모순적고 배우로서 외모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크게 중요하지 않기도 하지 않나. '잘생김'이라는 것도 배우에게 큰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동시에 큰 핸디캡이 될 수도 있는 거 같다. 결국엔 외모가 잘생긴 배우보다는 잘생김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겠지. 외모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결국 본질로 돌아가서 연기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과거엔 잘생김 하나만으로 해결이 되는 부분이 많은 시대였다면, 그 시대 또한 많이 변해서 미의 기준도 많이 변하기도 했지만, 외모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된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악의 꽃'은 김지훈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대중들이 김지훈에게 고정적으로 갖고 있던, '잘생긴 주말극 황태자'라는 시선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김지훈은 "사람들이 저에게 고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너무 답답했다.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보여진 모습을 통해서만 저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니, 저의 실제 모습이 어떤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지, 연기에 대해서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당연히 알 수 없고, 실제와 괴리가 너무 크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서 늘 속이 상했다. 배우로서 생각해 봐도 '주말극 배우' 혹은 '실장님' 역할을 주로 하는 배우 이미지들이 저의 한계를 자꾸 좁혀가니까, '나는 더 많은 걸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런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다. 그게 너무 속상했다. 늘 비슷한 작품에 비슷한 역할만 제의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의 연기에서 정점을 찍었던 작품 '왔다 장보리'는 시청률과 대중성에서 큰 결실을 얻게 만들기도 했지만, 장단점이 분명하게 남은 작품이었다. 김지훈은 "'왔다 장보리'라는 대표작이 생긴 이후로는 더 심해졌다. 드라마가 잘 된 만큼 그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다. 더이상 그런 식으로 저의 한계를 스스로 좁히는 선택을 하면 안되겠더라. 이대로는 내가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꿈에 조금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극이나 기존의 제가 역할을 재생산 할 만한 작품들을 고사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일이 없어지더라. 힘들었다. 프리랜서가 일을 안 하게 되니 경제적인 면도 그랬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은 넘쳐나는데, 그리고 어떤 역할이든 잘해낼 수 있는 자신감도 가득한데 연기할 일 없이 백수처럼 하루 하루를 보낸다는 게 정말 힘들었다. 노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는 거세도 흥미를 잃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회상했다.
김지훈은 이어 "그렇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 보니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는데, 그나마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것저것 다양하게 운동을 하면서 정신건강을 유지했던 것 같다. 저는 저처럼 긍장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의 사람도 지속적인 스트레스 앞에서는 이렇게 무너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들어오는 일들을 거절하면서, 새롭게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과 작품을 찾다 보니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 가끔 얘기되는 작품에서도 역할이 전에 비해 작아지기 시작했고. 근데 그건 아무렇지 않았다. 기존의 절 가두던 테두리 안에서 연기자로 살아가는 것보단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자체가 역할의 크기와 상관 없이 더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작년 겨울에 '바벨'이라는 작품을 했고, 또 일년 넘게 기다려서 '악의 꽃'이란 작품을 만나게 됐다"고 했다.
'악의 꽃'은 그래서 김지훈에게 더 도전이었다. 그는 "백희성의 경우에는 초반에는 등장하지 않고, 등장해서도 한참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가 후반부에 들어서 활약을 하게되는 캐릭터인데, 사실 그게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다. 애초에 시놉시스에 나온 역할과 다른 역할이 되는 경우도 많고 하니까. 초반에 8회까지 대본이 나와 있었는데 8회까지는 의식이 없었다. 그렇지만, 8회까지 나온 대본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었고, 또 감독님과 제작사에 대한 믿음도 있어서 나름 모험을 결심했는데 다행히도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모험이 된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렇다"고 밝혔다.
'악의 꽃'의 백희성은 지금까지 김지훈이 연기한 작품 중 손에 꼽을 정도로 강력한 캐릭터. 김지훈은 "캐릭터적으로 봤을 때는 (악의 꽃 희성이) 1등으로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역할이다. 이보다 강한 역할을 다시 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시청자 분들의 반응적인 측면이나 '악의 꽃'을 통해 기존의 제가 갇혀있던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는 1등으로 삼을 수 있겠다. 다만 새로 1등을 갈아치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
2002년 데뷔한 이후 무려 18년을 연기해온 김지훈은 "스스로의 한계를 끊임없이 깨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물론 한계를 깬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겠지만, 그만큼 배우로서 만족하고 게을러지만 안된다는 얘기일 것"이라며 "그래서 사람들이 늘 저의 다음 작품, 다음 역할에 대해 궁금해하고 기대하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지훈은 차기작 선택에 신중을 기할 예정이다. 그는 "저 스스로도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잘 선택해서 또 멋진 역할을 만들어내고 싶다. 배우로서 목표는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계속해서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기대감 다음으로는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와 가치관을 전달하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지훈은 '악의 꽃'을 마친 후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