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역시 이준기였다.
이준기는 23일 최종회를 앞둔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유정희 극본, 김철규 연출)의 백희성이자 도현수로 분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악의 꽃'은 사랑마저 연기한 남자와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 마주 선 두 사람의 고밀도 감성 추적극을 담은 드라마로, 이준기는 백희성의 삶을 살아왔던 도현수를 연기하며 그야말로 제대로 물을 만났다.
이준기가 연기한 도현수는 차지원(문채원)에게는 가정적인 남편이고 아이의 아빠였지만, 사실은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는 인물. 연쇄살인 용의자인 아버지를 두고, 마을에서는 귀신이 들렸다는 오해까지 당하며 암울한 청소년기를 보내온 인물이다. 이후 살인 용의자로 쫓기고 있는 신세임을 감추고 살아가는 인물로, 아내 차지원과 딸에게 진짜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전개를 펼쳤다.
여기에 이준기는 선천적으로 감정이 결여된 캐릭터였던 도현수가 사실은 차지원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도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도현수 스스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차지원을 가슴 깊이 사랑하고 있었음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시선을 잡았다. 특히 차지원의 부름을 받고 곧바로 달려가고, "떠나라"는 말에도 차지원의 곁을 지키는 도현수의 순애보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악의 꽃'에서 이준기의 연기는 완전히 만개했다. 그동안 액션 연기에 특화된 줄 알았던 이준기가, 실제로는 감성연기를 더한 감성 액션에도 능숙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자아냈고, 문채원과 함께 보여주던 짙은 멜로 역시 시청자들의 공감도와 몰입도를 동시에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등장한 섬뜩한 표정 변화 역시 '악의 꽃'의 알 수 없는 전개를 완성하는 요인이 됐다.
이준기의 열연으로 인해 '악의 꽃'은 시청자들의 인생드라마로 자리잡는 중이다. 예술 작품을 그리듯 섬세한 손길로 완성한 이준기 표 도현수는 감정이 결여된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되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작품이었던 '악의 꽃'은 고민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이준기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작품이 됐다.
이 활약은 화제성으로도 이어졌다. 이준기는 국내에서 TV 화제성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분석한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8월 2-4주 차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웨이보, 틱톡, 바이두 등 해외 유명 SNS 및 포털 사이트에서까지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되며 해외로 뻗어나가는 높은 영향력을 증명한 것. 시청률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첫 방송 이후 평균 3%대 시청률을 지켜오던 '악의 꽃'은 시청자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최고 시청률인 5%를 찍으며 승승장구했다.
'명불허전'의 클래스를 입증한 도현수 역의 이준기는 "지난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달려온 '악의 꽃'이 모두 마무리 되었다. 사실 처음 시작했던 때만 해도 어렵게 느껴지고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이 컸었다. 함께 해주신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분들 그리고 동료 배우분들 덕분에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이어 "무엇보다 '악의 꽃'을 함께 즐겨주시고 응원해주신 시청자분들이 계셔서 정말 더 힘을 내서 완주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매 작품이 그랬지만 '악의 꽃'은 유독 여운이 길게 남을 것 같다. '악의 꽃'과 도현수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벅찬 종영 소감을 남겼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