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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피플]'8년만 데뷔→ERA 1.49 철벽불펜' 한화 윤대경이 되새긴 '절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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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군에 오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그만큼 더 길게, 잘하고 싶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기뻐하셔서 좋다."

데뷔 8년차, 참 멀리 돌아왔다. 야수로 입단해 투수로 전향하고, 군복무중 방출되고,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다시 KBO리그에 돌아왔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간절함이 가득하다.

한화 이글스 윤대경에 대한 기대는 개막 이전까진 크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기량보다 삶의 우여곡절로 더 주목받았다. 시범경기 성격을 띠었던 팀간 연습경기에서 7경기 10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했지만, 개막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갔다.

처음 1군 마운드에 오른 것은 지난 6월 3일. 패전조로 시작했지만, 이젠 어엿한 한화의 필승조 투수다. 지난 7월 24일 SK 와이번스 전부터 9월 13일 KT 위즈 전까지, 무려 20경기 연속 무자책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19일까지 평균자책점은 1.49.

최원호 감독 대행은 윤대경을 차근차근 한 단계씩 성장시켰다. 처음엔 승패와 무관한 타이밍에 추격조로 활용했다. 조금씩 이기는 경기에 올리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이닝이 바뀔 때, 또는 주자가 없을 때 기용됐다. 1군 경험이 처음인 만큼,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라는 배려였다.

하지만 이젠 위기를 틀어막는 필승조로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18일 키움 히어로즈 전이 대표적이다. 선발 김이환이 5회 들어 갑작스럽게 흔들렸다. 안타 하나에 두 번의 스트레이트 볼넷을 더해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아직 무실점이었지만, 상대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 최 대행은 과감하게 윤대경을 마운드에 올렸다. 윤대경은 김하성을 삼진, 이정후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기대에 보답했고, 승리투수가 됐다.

올시즌 2승 모두 고척 키움 전이다. 윤대경의 미소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무조건 막아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자신있게 스트라이크존에 던졌다"면서 "처음 1군 올라왔을 때보다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됐다. 책임감이 생겼다. 좋은 기회를 잘 살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직구 평균 구속이 140㎞를 상회하는 싱싱한 어깨가 장점이다. 무리하게 팔을 혹사한 적도 없고, 수술을 받은 적도 없다. 야수 출신답지 않게 구종이 다양하고, 타자와의 기싸움에 눌리지 않는 배짱도 두둑하다. 윤대경은 "투수 전향을 권유한 양일환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잘한 일"이라며 웃었다. "원래 직구와 커브밖에 없었는데, 한화 입단 후에 체인지업과 포크볼을 배워 잘 써먹고 있다"며 한화 코치진에도 감사를 표했다. 정우람 안영명을 비롯한 선배들에게도 체력 관리를 비롯해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윤대경이 강조한 것은 '꼭 살아남아야한다'는 절실함이다. 윤대경은 대졸 신인 강재민, 동갑내기 김종수와 함께 올시즌 한화 불펜을 책임지고 있다. 세 선수 모두 시즌 전 플랜에는 없었던 선수들이다.

"올해 8년차다. 처음 1군에 올라올 때 마냥 기쁘기보다 '또 2군 가게 되면 극복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아직까진 결과가 좋다. (김)종수와는 동기다. '오래 걸려서 1군 왔는데, 그만큼 더 길게 잘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종수 외에도 1군에서 뛰는게 당연하지 않은 선수들이 많다.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안다. 절실하고 간절하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윤대경을 기쁘게 하는 것은 가족들이다. 그가 2군을 맴돌고, 방출의 설움을 겪는 동안 함께 힘들어하던 부모님이 이젠 TV에 자주 나오는 아들을 보며 행복해한다는 것. 윤대경은 "집이 인천이라 떨어져지내는데, 정말 좋아하신다. 그 동안 다른 선수들 보면서 얼마나 부러우셨을까 싶다"며 미소지었다.

"남은 시즌 목표는 우선 다치지 않는 것, 그리고 팀의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매 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